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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봇 인사이트: 전환의 순간, 선택의 전략(2)

스타트업, 차별화 없이는 죽는다.

by Carpe PM

'차별성을 가진 유저 친화적인 쉬운 서비스'.

막연히 잘할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자신감은 피보팅의 결정과 함께 온데간데 사라지고, 리뉴얼 기획 총괄을 담당하게 된 주니어 기획자의 눈앞은 흐려졌다. 막상 피보팅을 시작하려니 서비스의 모토와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우려된 점은 '차별성'과 '유저 친화'였다.


고민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차별성'이란 곧, 얼마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가? 어떠한 아이템으로 어떻게 유저에게 어필하는가?이며,

'유저 친화적 서비스'는 결국 DAU, MAU를 비롯한 리텐션 관련 KPI 척도가 우수한 서비스 아니겠는가. 그저 서비스 기획자로서 맡은 바를 잘 해내면 되는 것일 뿐.


차별성 있는 아이템 선정을 위해 먼저 경쟁 서비스들의 시장조사를 선행하였다. 낚시인구가 애용하는 대표적인 '어신', '물때와 날씨', '어바웃 피싱', '선상24' 등의 서비스는

1. 낚시용품 커머스
2. 낚싯배 예약
3. 날씨, 조황 등의 정보 제공

크게 위 3가지 기능을 필두로 구성되며 커뮤니티, 개인 기록 관리 등의 부가 기능을 조합한 서비스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처음 가장 눈여겨보았던 서비스는 '물때와 날씨'와 '어신'이었다. 낚시라는 도메인의 특성상 날씨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가장 주요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물때, 파고 등의 상세한 바다 날씨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조황 등을 예측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좌 : 물때와 날씨 / 우 : 어신


두 서비스는 모두 높은 정확성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탄탄한 유저층을 보유하고 있었다. 단순히 날씨 정보를 제공하거나 조황을 예측하는 서비스만으로는 기존 이용자에게 큰 어필이 어려웠다. 이에 AI 기술을 활용하여 해당 지역의 날씨, 조황 등을 제공 및 예측과 더불어 이용자의 흥미도와 사용성을 더하는 방안으로 'AI 낚시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점으로 고안하였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리만족과 현장감을 간접적으로 제공하는 'AI 낚시 시뮬레이션'은 내부적으로 좋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기존 경쟁 서비스에 비하여 더욱 높은 정밀도를 띄어야 하며 단기간에 AI 기술을 접목하기에 어렵고, 추가적인 게임적 요소 개발이 필요하다는 등의 현실적인 한계성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에 부적절하다 판단되었다.




팀원들과 함께 여러 아이템을 아이데이션 하고, 많은 회의 끝에 낚싯배 예약의 아날로그적 요소와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으로 아이템의 가닥을 잡았다.


낚싯배 예약은 고속버스나 기차와 같은 일반적인 예약과는 그 방식과 운영이 매우 상이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통합 예약 시스템'의 유무이다. 낚싯배의 선장님들은 모두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통합 예약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며 개별 홈페이지 및 밴드를 운영하여 온라인이나 유선을 통한 예약을 직접 관리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는 직접 선박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으며, 초심자의 경우 '어떠한 선박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조차 알기 어려운 형태였다.


또한 개별화된 예약구조에는 결제 관련 기능을 갖춘 경우가 극소수이며, 이용자가 예약 이후 별도로 예약금을 입금하는 형식의 아날로그적 예약구조를 띄고 있었다. 이는 이용자와 선장(판매자) 모두 예약과 예약금을 별도로 확인하여야 하는 번거로운 형태였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한 서비스로는 선상24가 운영되고 있었다. 선상24에는 분산된 개별 예약 홈페이지를 포털화하여 이용자가 직접 선박을 검색하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선사를 제외하고는 선상24를 통한 예약 이후, 다시 예약금을 직접 입금하는 예약구조는 개선되지 못하였다.


Group 1171276957.png 선상24 예약서비스. 일부 카드결제 가능 외 항목은 예약금 별도 입금 구조.


이용자와 판매자(선장)에게 모두 부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아날로그적 예약구조가 변화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을 얻기 위해 선장을 비롯한 여러 업계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제껏 기존 방식으로 잘해왔는데 굳이 온라인으로 예약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랬다. 단순 온라인 예약과 결제만으로는 고착화된 시장 구조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다.

보다 고도화되거나,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등의 무엇이라도 추가적인 어필 요소가 필요로 하였다.


이에 기존 예약구조를 매칭형태로 변경하여 개인화/맞춤화를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레퍼런스 하였다.

IT, 디자인 등의 전문가와의 매칭을 주선하는 '크몽', 이용자와 이사업체를 매칭하는 'miso', 필드 골프 이용자 매칭플랫폼인 '그린라이트' 등 다양한 도메인에서의 이용자 간 혹은, 판매자와의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서비스들의 특징으로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거나, 이미 탄탄한 충성고객층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Group 1171276956.png 좌 : 숨고 / 우 : 그린라이트


매칭형 구조는 단순 예약 구조에 비해 이용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더욱 우수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용자는 자신의 조건과 성향을 반영한 개인 맞춤형 선택지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정해진 상품을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이용자가 선택하지 않은 예약 항목에 대해 공백 시간이나 리소스 낭비가 발생한다. 반면, 매칭 구조는 수요에 따라 배정함으로써 유휴 자원의 최소화와 최대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이용자와 판매자 간의 만족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거래 성사율 증가 및 수요-공급의 최적화로 이어져 양측 모두 서비스 내의 높은 성공경험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매칭형태를 낚싯배 예약에 접목하면 어떨까.

우선, 이용자는 직접 선사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초심자 또한 희망하는 일자, 지역, 금액 등을 설정하여 매칭을 신청하면 예약구조의 허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이용자가 희망하는 조건으로 매칭을 진행할 수 있기에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받아 만족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선장(판매자) 또한 무작정 예약을 기다리는 대신, 보다 적극적인 어프로치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더불어 복잡한 응대와 중복 예약 리스크 없이 실질적인 고객 확보와 운영 효율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매칭구조 기반의 선사예약 시스템은 판매자(선장)와 이용자 모두에게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로, 기존의 전화 중심의 아날로그 예약 방식을 대체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템이라 판단되었다.

이러한 수요-공급 간 비효율을 해소하고, 사용자 경험을 대폭 개선하고자 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업계 최초의 ‘낚싯배 매칭 서비스’는 마침내 탄생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예약 시스템을 넘어, 비교적 디지털 전환이 낙후된 레저업계를 혁신하는 시작점이자, 새로운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었다.




"아이디어는 끓는점이 될 때까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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