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떡을 다 챙길까?

고장 난 프린터가 새 프린터로 오기까지

오늘 아침 꿈에 내가 뷔페집에서 식사를 하고, 디저트를 하나 먹었다. 디저트는 한 사람당 한 개를 먹게끔 여점원이 지켜보고 있었다.

디저트는 2종류, 나는 쿠키를 한 개 먹고, 떡도 한 개 먹고 또 두 개를 집었다. 한 개는 안 먹은 지인을 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나는 결국 두 개를 집어왔다.

나는 음식점에서 나와 차를 탔다. 뒷좌석에 앉았는데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지인에게 떡을 주려고 했지만 마음에 걸려, 두 개의 떡을 다 나누어주었다. 마음이 좀 편했다.

지난 금요일, 고장 난 프린터를 수리하려고 서비스센터에 갔다. 프린터는 복합기였는데, 스캔 기능은 이미 고장 난 상태였지만 출력 기능은 잘 돼서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출력 기능마저 잃고 말았다.

자료를 출력할 일도 있고, 글을 쓰면 출력해서 봐야 하는데 고장 나서 많이 답답했다.

‘저걸 고쳐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계속 남아 있었다.

나는 장롱면허로 운전을 못했고, 남편은 이런 일로 도와줄 것 같지 않아서 차일피일 몇 년간 미루고 있었다.
‘아, 큰딸과 아들이 있었지! 같이 가면 되겠다. 이제야 이런 생각이 날게 뭐람.’
이런 기쁜 생각도 잠시, 아이들은 다 시간이 안 된다고 미뤘다. 결국 나는 결심했다. 혼자 택시를 타고 가기로.


그날이 10월 31일 금요일이었다. 서비스센터에 도착했지만 2층으로 올라가려면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손목보호대를 차고 프린터를 들고 낑낑대며 도착했는데, 전문가가 수리하면 잘 쓸 거라 생각했지만, 프린터를 버리라고 했다.

“삼* 프린터를 H*가 인수해서 여기에 수리를 맡기게 한 거예요. 기본적인 스캔 기능이 고장이니 메인보드를 교체해야 되는데, 고객님 프린터는 2018년 제품이라 부품 재고도 없네요.”

“스캔 기능만 안 됐고 몇 년간 줄곧 인쇄는 잘했어요. 인쇄 기능만이라도 살릴 수 없나요? 드라이브를 새로 깔았더니 잉크를 인식 못하는 거예요. 재생 잉크도 될 수 있게 해 줄 수 없나요?”

“불법입니다!”

기사님은 단호했다. 내가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네, 돈을 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나요?”

“스캔 기능이 안 되기 때문에 폐기해야 됩니다.”

“다른 방법은요?”

“없습니다. 폐기하셔야 합니다.”

나는 잠시 고민하고 말했다.

“여기서 폐기되나요?”

“네, 여기에 사인해 주세요. 폐기한다는 싸인.”

폐기라는 조치는 기사님에게는 생각할 거리도 안돼 보였다. 프린터 안을 보지도 않고 폐기하라는 말에 나는 많이 서운했다. 프린터를 여태 사용하고, 수리하러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버리는 데는 몇 초도 안 걸렸다.

“혹시 제 프린터에서 쓸 만한 부품이 있나요?”

“네.”

기사님에게 묻는 대답은 생각할 틈 없이 바로 나오는 말이었다.

“얼마나 값어치가 있어요?”

“그건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기사님은 프린터 안에서 A4용지를 꺼내주었다. 나는 받아 들고 말했다.

“잉크도 빼주세요!”

“쓰지도 못할 걸 가져가시게요?”

“네, 이 잉크를 사용할 수 있는 프린터로 사게요.”

나는 당연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똑같은 중고 프린터는 이런 일로 고장 날 수 있으니, 새 프린터를 사셔야 됩니다.”


나는 속으로 좀 화가 났다. 내가 산 프린터의 잉크를 가져가겠다고 하는데 가져가지 말라 하고, 새 프린터를 사야 된다고 하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기사님의 조언이 하나도 도움이 안 됐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화를 식히며 생각해 보니, 그 기사님처럼 나도 자기중심적이었다는 걸 느꼈다.

'아끼고 싶어서 프린터를 고치러 온 건데, 말이라도 위로해 주면 좀 좋았을 텐데. 고객의 마음을 하나도 몰라주고 오히려 화가 난다고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잉크가 눈에 띄었다. 쓸 수 없는 잉크였다. 그곳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기사님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도 프린터는 다른 브랜드로 사고 싶었다.


쿠팡에서 좀 가벼운 컴퓨터용 프린터를 골랐는데, 로켓배송으로 주문했다. 배송된 프린터는 H* 브랜드였다. 사용설명서를 보는데, 판매처에서는 재생잉크도 인쇄가 되지만, 펌웨어 파일은 깔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 정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품 잉크를 사용하고 싶지, 재생잉크를 누가 사용하고 싶을까? 너무 비싼 게 탈이야!’

프린터 잉크만이라도 서민들을 위해 보편화되다시피 한 재생잉크를 불법이 아닌 정식으로 허가해 줬으면 좋겠다. 재생잉크 값에 세금 같은 걸 매겨서 좀 더 비싸게 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무조건 안 된다는 말만 하지만, 정품보다 재생잉크를 사람들이 더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기사님이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는 걸 알았고, 이런 현실에 좀 씁쓸했다. 판매처에서는 재생잉크를 고객을 위해 추천해 주고, 생산처에서는 막는 현실.

연근이가 프린터 위에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일부러 장 위에 올려놓았던 프린터를 안에 넣었는데도 올라가서 제 몸을 뽐낸다.

막내는 연근이 뇌가 초밥만 하다고 한다. 올라가지 말라고 해도 안 되면, 천진난만한 고양이 연근이로 보면 된다.


프린터를 새로 구입하게 된 과정에서 느낀 바가 크다.

기사님과의 관계에서는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며 대화하지 못한 점, 재생잉크에 대한 관점, 그리고 오늘 꿈을 생각해 보니 내 무의식에는 욕심이 많다는 것도 느꼈다.

고장 난 프린터를 고치고 싶었고, 비용을 아끼고 싶어서 서비스센터까지 갔지만 기사님 말을 인정하지 않은 점과 오해, 더불어 필요 없는 잉크까지 챙기고 싶어 하는 마음속 욕심을 느꼈다.

정말 꿈에서 본 상황이 현실이 된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떡을 더 챙겼을까?

내 것만 챙겼을까?

꿈을 통해 배웠으니 욕심부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