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과 막국수, 보쌈과 칼국수

- 주문하는 손가락

어제는 아들이 새로 발급한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려 예비소집일에 못 갈 뻔했다.
동아리 모임에서 대화 중이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내 주민등록증 어디 갔어요?”
“그걸 엄마한테 왜 찾아? 네 방에 있겠지.”
“그럼 누가 가져갔단 말이에요! 월요일에 주민센터에서 받아온 민증이란 말이에요. 엄마, 어디 간 거예요?”

나는 식탁에 음식을 차려놓고, 자고 있는 아들을 위해 조용히 나섰던 터였다.
“동아리 모임에 와 있지. 네 책상 안 건드렸어. 네가 엄마한테 보여주지도 않았잖아. 내가 어떻게 알아?”
“빨리 가야 되는데…”

아들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 예비소집은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두 시까지였고, 전화가 온 건 열한 시 반쯤이었다.

나는 동아리 회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급히 나왔다.

집에 도착하니 아들 방 문은 열려 있었고, 방 안은 여기저기 뒤진 흔적이 보였다.
식탁 위엔 차려놓은 음식이 식은 채 그대로였다.

아들은 밖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네 시쯤 들어왔다.
“민증은 찾았어?”
“아뇨.”

결국 아들은 임시 신분증으로 예비소집에 다녀왔고, 민증은 약봉지 밑에서 나중에 발견됐다.
아이들은 뭔가 잃어버리면 늘 엄마부터 탓한다. 그래도 된다는 듯 당연하게.


오늘은 저녁에 짜장면을 먹겠다던 막내딸을 애써 말렸다.
“수능 보고 올 오빠랑 같이 맛있는 거 먹자.”
막내는 배가 고팠는지 “오빠 언제 와!” 하며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컵에 부었다. 그리고 그 안에 코코아를 타서 몇 모금 마시더니 방으로 들고 들어갔다. 나는 설거지를 하려고 딸의 방에 들어가 빈 컵을 가지고 나오려는데 딸이 버럭소리쳤다.

“엄마 나가! 나 기분 최악이거든.”

딸은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그러고는 이내 말을 이어갔다.
“코코아 우유를 먹다가 배가 아파서 그래. 엄마, 그냥 내 방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알았어.”

예전엔 "나가!"라는 말에 서운하고 화가 났었다.
하지만 요즘 나는 아이들이 나무라면, 그 이유를 먼저 생각하려 한다.
잠시 참는 연습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마음이 풀린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참는 마음은 기침 한 번 하는 것처럼, 잠깐 걸리는 순간일 뿐이다.
참으면 얻는 게 더 많다.
숱한 찬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아들이 오후 다섯 시 반쯤에 돌아왔다.
나는 “그동안 수고 많았다.”며 미소로 맞이했다. 아들은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맛있는 거 사줄게. 뭘 먹을까? 나가서 먹을까, 주문할까?”
“시켜 먹어요. 전 뭐든 상관없어요.”
“중식, 한식, 양식… 음, 보쌈 먹을까?”
“네, 보쌈에 막국수요!”

나는 배달앱을 열고 보쌈을 골라 주문했다.
“아들, 주문했어. 보쌈이랑 칼국수 괜찮지?”
“엄마, 보쌈엔 막국수잖아요!”
“앗, 미안. 막국수는 자주 시켜 먹어서 이번엔 칼국수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그만.”
“막국수 먹고 싶은데요. 취소하고 다시 시켜요.”
“벌써 수락돼서 바꿀 수 없어.”

딸들도 거들었다.
“오늘은 오빠가 주인공인데, 엄마가 왜 자기 먹고 싶은 거 시켜!”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막국수도 시킬게.”
“됐어요. 그냥 칼국수 먹을게요.”

아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내 마음은 괜찮지 않았다.
결국 나는 막국수 한 그릇을 따로 주문했다.
덕분에 식탁엔 보쌈, 칼국수, 막국수가 함께 놓였다.

음식도 맛있었지만, 모두 원하는 걸 먹어서 아이들은 두 배로 즐거워 보였다.


나는 더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집에서 외식이다! 그럼, 디저트가 빠질 수 없지.’

나는 다시 배달앱을 켜고 빙수를 찾았다.
아들이 망고를 좋아해서 팥빙수나 딸기빙수 대신 망고빙수를 주문했다.

잠시 후, 인터폰 벨이 울렸다. 멜로디 소리가 달콤했다.
현관 앞에는 노란 망고빙수가 놓여 있었다.

“아들, 딸기빙수 사려다 망고빙수 샀어. 네가 망고 좋아하잖아!”
“아뇨, 빙수는 딸기빙수 좋아해요.”

순간 얼떨떨했다.
과일로는 망고를 좋아하고, 빙수로는 딸기를 좋아한다니.
‘그래, 또 하나 알게 됐네.’

모를 때가 있고, 알아가는 때가 있다.
먹는 취향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맞춰가려는 마음속에 티키타카는 행복의 성을 쌓아주는 것 같다.
맞추려는 노력과 사랑은 자녀보다 부모가 먼저라고 생각하면서.





주문하는 손가락


부모의 사랑은

주고 잊어버리는 사랑!

주고 또 주고 싶고
받지 않아도 자꾸 주고 싶은 마음


보쌈과 막국수, 칼국수에
망고빙수가 둥둥 떠다닌다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
꼼지락꼼지락
주문하는 손가락,
달려가는 발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