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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탱이 밤탱이

그제 일이었다.


"엄마, 눈이 부어서 학교 못 가!"

"그런 일로 못 간다고?"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남자애들이 놀린다고!"

막내는 오늘은 정말 학교에 안 가겠다고 마음을 굳힌 듯했다.


어제 새벽 세 시였다. 모기에 물렸다며 딸이 나를 깨웠다.

‘하필이면 두 눈을 물었을까.’

다리에는 다섯 방 물렸다고 했다. 급히 여름에 쓰던 모기장을 꺼내 둘러주고, 파리채를 들고 방을 훑었지만 초겨울 모기는 더 영리해진 건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파리채 두고 잘래? 엄마가 찾아봤는데 없어."

"응. 소리 나면 내가 잡을게."

나는 모기장의 작은 구멍 세 곳을 글루건으로 막아주고 딸 옆에 파리채를 놓아두었다.


다행히 네 시간쯤은 잤지만, 아침에 일어나서는 눈이 부었다며 또 학교에 못 간다고 버텼다.

초등학교 때도 이런 일로 학교에 안 가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가족이나 친구와 다툰 뒤에 울어서 눈이 부었던 거였다.

내 눈에는 티가 안 났지만 딸은 속상한 마음이 안 풀려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달랐다.

"엄마, 생리휴가 쓸게."

"안 돼. 선생님이 아실 거야."

"모르실 거야. 한 달에 한 번 쓰면 된다고."

"너 지난달 말에 썼잖아. 무엇보다 거짓으로 휴가를 쓸 순 없어."

눈이 부은 건 신경 쓰이면서 그 일로 휴가를 쓰는 건 괜찮다니, 말문이 막혔다.

"그럼 엄마가 선생님한테 전화해 줘."

"엄마 보고 거짓말하라는 거야? 차라리 병원엘 가."

딸은 휴대폰을 두드리고 있었다.

"엄마, 선생님한테 문자 보냈어. 병원 들렀다가 간다고 했어."

병원에 갈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학교는 간다 하니 마음이 노였다.


나는 선생님께 전화했다. 자세한 이유는 말하지 않고 딸이 눈이 부어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딸은 처음엔 병원에 안 가려고 했지만 그것 때문에 늦게 가는 걸 선생님께 허락받은 거니까 가야 한다고 했다.

딸은 병원에서 바로 학교로 갈 줄 알았다.



열 시쯤, 막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한쪽 눈엔 안대를 하고 있었다.

"안대까지 했네? 연고 처방은 받았어?"

"응."

약봉지엔 연고만 있고, 안대는 카드 영수증에만 있었다.

친구들이 놀릴까 봐 처방엔 없는데도 산 모양이었다. 반 친구들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안대를 산 건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다.

"남자애들이 놀린다고!"

딸의 말을 떠올렸다.

부은 눈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남의 시선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딸을 이해하지 못했던 게 미안했다.


막내는 2교시가 끝나는 쉬는 시간에 맞춰 학교로 향했다.

부은 눈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을 텐데, 그래도 학교로 돌아가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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