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골계 병아리를 키워서 영계닭이 되었는데, 그 영계닭은 머리가 나쁜 게 아니었다.
기준은 나보다 낫다는 것!
어린 막내가 참새를 키우고 싶다고 해서 남편이 지인의 농장에서 알을 공수해 왔고, 무조건 내게 부화시키라며 던져주고 갔다.
"내가 어미새도 아니고?"
나는 부화기를 사서 오골계 알을 부화시켜, 병아리 두 마리를 키웠다.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먹이를 주고 똥을 치우는 건 내 몫이었다.
영계닭이 되어선 푸드덕 거리며 돌아다니고 싶어 했다. 거실에서 키우던 닭을 베란다로 쫓아낼 수밖에 없었다.
좀 더 큰 박스에 가둬서 키웠는데, 두 마리의 닭 중에 유독 날갯짓을 하던 닭이 있었다.
포기를 모르고 오픈된 박스를 허들 마냥 뛰어오르려고 푸드덕거렸다.
"절대 못 나올걸!"
내 생각은 틀리고 말았다. 포기를 모르고 푸드덕거릴만했다.
"바보!"
내가 바보가 됐다. 나는 상자에서 튀어나온 닭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물에게서 끈기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배웠다. 내가 그동안 이루고 싶어도 절대 안 된다고 포기했던 것들 중에 가능성을 붙이기 시작했다.
어제 연근이를 보고서도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
연근이가 미로 장난감 안에 든 공을 꺼냈던 것에 놀랐기 때문이다. 사람만 꺼낼 수 있을 거란 편견.
(위쪽의 동그란 구멍으로 빼내야 공이 나올 수 있는데, 연근이 머리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난 얼마나 이런 장면을 봐야 모든 걸 가능하다고 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계닭은 한번 상자를 뛰어넘은 후 계속 성공했다. 감당이 안 돼서 닭은 다시 지인 농장으로 보내졌지만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키울 때는 힘들어서 속으로 남편 욕을 했는데(아파트에서 닭을 키우라고?...), 그 사건 이후로 그 마음이 싹 사라졌다.
연근이가 이번에 우연찮게 공을 꺼냈지만... 아니 우연이란 생각도 하지 말아야겠다.
"우리 연근이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을 꺼낼 수 있어! 얼마나 똑똑한 고양이라고."
닭도 고양이도 포기를 모르는데, 내가 어찌 포기란 말을... 질 수 없다! 사실 저도 된다! 그래도 평생 해볼 일이다, 나의 가능성!
연근이는 가능성~~^^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