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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엄마

나는 막내를 청개구리라고 생각해 왔다. 말도 반대로 하고, 행동도 꼭 엇나가고. 그런데 어젯밤 10시, 막내가 나를 향해 “엄마가 청개구리야?”라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엄마, 나 공부해. 지금 나가줘!”

“방 청소해야지, 바닥 닦고 있어.”

나는 방바닥을 밀대로 쓱쓱 밀고 있었다.

“엄마, 청개구리야?”

“무슨 소리?”

“당장 나가달라고, 나 공부한다고!”

“아, 알겠어. 나갈게.”

공부하는데 방해될까 봐 얼른 나가면서도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사춘기 막내 청개구리가 이렇게까지 말할 줄이야… 뭐, 청개구리 엄마니까 청개구리라고 해도 되지.’


“엄마, 아직 안 나갔어!”

“응, 미안. 엄마가 늙은 청개구리라서.”

나는 바닥을 마저 훔치고 봉걸레를 챙겨 부리나케 나왔다. 그런데도 딸이 또 외친다.

“엄마, 아직 안 나갔대도!”

“뭔 소리야, 나갔는데. 거실에 있어.”

“아니야, 안 나갔어!”

“아, 알았어. 말도 가져갈게.”

“그래.”

딸은 농담을 하고 싶은지, 나와 티키타카를 이어가고 싶은지 계속 말을 걸었다. 우리의 대화는 어느새 청개구리 언어가 되어 있었다. 가끔은 딸에게 ‘청개구리 엄마’라는 말을 들어도 괜찮겠다. 이렇게 소통이 된다면.




아침에는 더 바빴다. 오므라이스를 해주려던 나는 막내가 밤에 남긴 문자를 뒤늦게 확인했다.

“7시 ㅠㅠ”
“김치찌개 먹고 싶다.”



그래서 김치찌개를 부랴부랴 끓여 깨웠다.

“일어나! 김치찌개 먹고 싶다며?”

“내가 언제?”

“어젯밤에 메시지 남겼잖아!”

“싫어, 고구마 먹을래.”

“알았어.”

삶아둔 고구마를 침대 옆에 놓고 다시 깨웠다.

“일어나서 고구마 먹어.”

딸 이불을 걷어 의자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싫어, 더 잘래!”

“7시에 깨워달라 했잖아!”

“괜찮아, 7시 반에 깨워줘.”

“그럼 7시 반에 깨워달라고 하지 왜!”

“이불이나 줘.”


아침부터 청개구리는 깨는 시간에서 식사 메뉴로, 이불까지 튀어 다니며 종종거렸다.

청개구리는 아무도 못 말린다.
자기 마음대로 기 때문에 청개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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