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바쁜 햇살 좋은 어느 오후, 따끈하게 데워진 도토리를 침대 삼아 누워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보인다. 지나가던 할머니는 팔자 좋은 고양이라며 허허 웃으신다. 햇살 아래 그 도토리들 마냥 노랗게 익어가는 고양이가 귀여워 나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그 하얀 발 뒤편에 꼬질하게 때가 잔뜩 묻어있다. 잠깐 낮잠을 자는가 싶더니만 금세 일어나서는 몸과 손 구석구석 그루밍을 시작한다. 다시 눈을 붙이려 하면 덤불 옆을 지나는 행인의 발소리에 눈이 휘둥그레 깨고 만다. 보호받을 수 있는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에 있는 내가 저 작은 존재에게 과연 '팔자가 좋다'라고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스쳐 마음이 찌릿해왔다.
몇몇 사람들은 누군가의 인생을 너무나도 쉽게 판단한다. 이유 없는 비판을 쓰레기 내던지 듯하기도 한다. 눈에 노란 필터를 낀 사람처럼, 그들은 투명하게 상대를 볼 생각이 없다.
마냥 팔자 좋은 고양이는 없다.
마냥 팔자 좋은 사람도 없다.
많은 이들이 그저 맨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면 하는 커다란 바람을 작은 척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