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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꽃 Nov 05. 2024

놀란 가슴으로 돌아보는 DNA 기질


앞 차가 직진하고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시커먼 차가 난데없이 가운데 들어섰기 때문이다. 좌회전하여 지하 1층 경사면으로 올라갈 줄 알았던 앞 차가 느긋이 가고 있었다. 가운데 불쑥 내려선 차는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걸까. 내 차를 보지 못했나? 저를 내가 보았다고 여겼을까. 속도를 냈다면 분명 내 옆구리를 박았을 것이다. 심장이 쿵쾅쿵쾅 했다.  


여느 때처럼 시동을 걸고 'ㄷ'자 모양의 길을 벗어나며 하얀색 차를 따라가고 있었다. 느리게 가는 차에 눈을 대고 있었는데도 그 차가 직진할 줄은 몰랐다. 당연히 지하 1층으로 가리라 여겼는데 중간에 표범 한 마리가 뛰어든 것이다. 차 모양이 흡사 표범 같았다. 길쭉하고 암갈색을 띤 차 모양이 살그머니 벽에 숨어 있던 야수 같았다.


피 속에 잠재된 DNA가 전해주는 기억일까. 영락없이 숲길에 숨어있던 맹수가 덤벼든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아뜩해지는 이런 경우가 현실에도 종종 있다. 정말 예상치 못한 뜬금없는 일이 생긴다. 같은 세대, 한 울타리 안이면 그런 난데없는 일이란 드물법도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온화하지 않다. 저마다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한 세상을 본다.




특출 난 것도 없는 사람이 근자에 들어 읽고 쓰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읽고 쓰는 일이 뜻밖의 상황에 뱃심도 키워줄까. 이해력과 포용력도 길러주고 난제도 헤쳐나가는 혜안도 줄까. 자신이 취한 또 다른 재미에 심취하여 외부 일에 크게 상처받지 않는 상황이 되겠다. 그러니 여러 가지 면에서 조직은 구성원들이 읽고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읽고 쓰기의 방법을 찾은 것, 읽고 쓰면서 안락함을 느끼고 있다면 살아내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고정관념을 경계하고 세상과 어울리려는 노력 끝에 터득한 답이고 사투 이전의 대응이다. 어쩌면 수억 년 전부터 우리 피 속에 잠재되어 있던 기질이고 자연 발생적인 적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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