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시간째 울고 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이 뒷산으로 몰려갈 즈음 따라나섰다가 저렇게 울고 내려왔다. 종종걸음 하던 아이는 동네 언니 오빠들 꽁무니를 쫒다가 산 초입에서 매서운 바람을 맞았다. 몰아치던 바람이 아이의 머리카락을 날린 건 순식간이었고 분명 눈을 꼭 감았는데 무언가가 눈에 날아들었다. 낙엽이 거의 떨어지고 산비탈에는 바싹 마른 솔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순간 손으로 눈을 비비며 눈을 뜨려 했으나 쿡쿡 찌르는 통증이 밀려왔다. 무리를 따라갈 수도 없고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어 무서워 엉엉거리며 돌아왔다. 울어도 통증은 가시질 않고 앉지도 못한 채 마루 끝에 서서 울고 있다. 울음은 마당을 너머 담장을 넘어갔지만 도와줄 사람이 없다. 아버지도 새벽같이 일을 나갔고 엄마도 가을걷이가 한창이라 해가져야만 올 테다.
놀다가 들어온 언니 오빠도 별 방법이 없다. 막내를 업고 선 큰언니까지 둘러서서 들여다보지만 이제 눈에 손도 못 대게 하는 동생은 눈도 뜨지 못한다. 어찌나 울었던지 잦아든 목소리는 쇳소리를 내고 곧 숨이 넘어갈 듯하다. 언제부터인지 비까지 부슬거리기 시작했다. 옆집에 사는 상년이 엄마가 우산을 쓰고 사립문을 들어선 건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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