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떨어지면 누군가 주워가곤 했는데
꽃 피우고 열매 맺을 땐 아래에 와서 웃어도 주고
몇 알인지 세어도 보더니
이제 모두 손바닥만 보며 간다
새파란 아이를 툭툭 쳐서 따가기도 했는데
우수수 떨어져 이마에 혹 만지며 엎드려 있어도
찾는 이는 드물다
비 오는 아침 종이 가방을 든 이 하나
풀 섶에 누운 친구들을 주워 가고
그이의 미소는 가지를 일렁이게 했다
어딘가에서 오는 향기에
푸른 알알이 난리가 난 날
길 건너 창가에서 발견된 노란 친구들
나무 위에서 창가에서 지나는 이들을 구경한다
제 각기 안고 가는 사연에 기웃기웃 모과향을 뿜는다
한계절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