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지행글

모과

by 사과꽃


노랗게 떨어지면 누군가 주워가곤 했는데

꽃 피우고 열매 맺을 땐 아래에 와서 웃어도 주고

몇 알인지 세어도 보더니

이제 모두 손바닥만 보며 간다


새파란 아이를 툭툭 쳐서 따가기도 했는데

우수수 떨어져 이마에 혹 만지며 엎드려 있어도

찾는 이는 드물


비 오는 아침 종이 가방을 하나

풀 섶에 누운 친구들을 주워 가고

그이의 미소는 가지를 일렁이게 했다


어딘가에서 오는 향기에

푸른 알알이 난리가 난 날

길 건너 창가에서 발견된 노란 친구들


나무 위에서 창가에서 지나는 이들을 구경한다

제 각기 안고 가는 사연에 기웃기웃 모과향을 뿜는다

한계절이 열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까만 밤에 오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