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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흰 달

봉숭아

by 사과꽃


봉숭아는 초봄 땅에서 파릇한 새싹이 나면서 제 존재를 드러낸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옆에 동무와 키재기 하듯 쑥쑥 잘 자라는데 여름에는 어른 무릎을 넘었다. 사방으로 퍼진 기다란 이파리 아래에 빨간 복주머니 같은 꽃을 단다. 꽃이 풍성하게 부풀어 오르면 동네 딸아이들이 모여 꽃잎을 땄다. 키가 너무 잘 자라서, 꽃 잎이 너무나 풍성해서, 그 색이 너무나 고와서 안쓰러운 꽃이다.




입안에 밥을 꿀꺽 삼키고 침을 한 번 더 삼킨 뒤 눈치를 본다.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애쓰며 조심조심 한마디 뗀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댓살 많은 오라비가 쏘아붙인다.


"됐다"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한쪽 상에는 아버지와 오빠가 앉고 이쪽 상에는 언니 둘에 여동생, 엄마까지 다섯 명이 둘러앉았다. 끼니때마다 오가는 이야기를 먼저 막는 사람은 아버지였다. 밥 먹는데 말을 하면 밥알 튄다는 이유였다. 시끄럽다고 이마에 주름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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