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덕아! 덕아! 덕이 어디 가니?'
부지깽이를 짚고 얼른 부엌 문지방을 넘어 마당을 내다보았다. 새파란 옷자락이 흘끔 보이더니 순식간에 사립문으로 사라졌다. 하얀 무명옷을 입은 어머니가 선 걸음에 대문 밖을 나와본다. 그 사이 호로록 구름사이로 들어가 버렸다.
'뭐라고 했지? 남명 선생님? 거기 가본다고?' 해 떨어질 시간이 다 됐는데, 달빛을 따라가더라도 선생의 비(碑)나 생가 터라도 보려면, 산자락의 내(川)를 가늠해 보려 해도 해 기운을 빌려야 제대로 보는데. 적어도 땅에 양기가 비쳐 들고 나무가 깨어나는 새벽 무렵은 되어야 할 텐데.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쑥 일어서더니 그렇게 달려 나갔다.
그런데 거기 가도 어디서 볼 것이며 무엇을 보려는지, 무얼 보고 오겠다는 지 자세한 말도 없었다. 부지깽이를 들고 서서 덕이가 사라진 하늘을 올려다본다. 덕이가 읊어주던 창가를 기억나는 대로 읊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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