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서 얼려둔 검정콩 한 덩어리를 냄비에 넣었다. 반컵 가량의 쌀을 씻어 넣고 물을 냄비 절반 넘게 부었다. 덜 갈린 검정콩 껍질과 푸른 알갱이가 거품을 내며 둥둥 뜬다.
"괜찮아! 내가 먹을 거니까!"
내친김에 콩자반을 한 스푼 떠 넣으니 시커멓고 푸르뎅뎅하던 냄비가 누르댕댕한 빛까지 더한다. 정말 나 말고는 아무도 안 먹을 것 같다. 가족을 위해서는 더 큰 냄비에 육수 두 알 넣고 어묵탕을 끓일 참이다. 출근해서야 알았다. 오늘이 동지인 것을. 퇴근 무렵 팥을 한 봉지 사다 달라고 했지만 어느 세월에 팥을 삶아 죽을 끓이랴. 하여 집에 도착하자마자 검정콩죽을 끓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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