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해 유도 <표준> 항암 시작
(항암제 이름을 까먹어서 추후 ㅡㅡㅡ는 변경합니다)
오늘이 가기 전에 항암을 시작할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사람마다 암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백혈병의 암 치료, 항암은 매뉴얼이 되어있어 특별한 경우 아니면 거의 동일하다 완치로 가는 그 첫 번째 항암. 관해 유도 항암은 지난번 언급했듯 '관해'라는 게 되어야 하고 이번 항암에서 관해 성공 시 다음 항암인 다지기 항암 즉, 공고 요법으로 진행할 수 있다 관해 실패 시 또 독한 항암을 또다시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돈 때문에도 반드시 한 번만에 관해가 되어야 했다 나는 이식을 하지 않고 항암만으로 종결할 수 있는 유형의 백혈병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이 떨려 왔다 그렇지만 어딘가 모르게 잘될 거란 믿음도 있었다
관해 유도 항암은 7+3 요법이라 하여 7일간 시타라빈을 맞고 3일간 ㅡㅡㅡ을 맞는다 총 10일이 아니라 3일간 동시에 시타라빈과 ㅡㅡㅡ을 맞고 나머지 4일을 시타라빈만 맞게 된다 몇 시간씩 텀이 있는 게 아니라 항암 약 둘 다 24시간 풀로 맞게 된다 밤에 시작한 항암이기에 바꾸는 시기도 밤이고 끝나는 시기도 밤이다 나는 인생 첫 항암이기에 모든 항암이 나와 비슷하게 진행하는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알게 되었다 백혈병이 얼마나 독한 놈이길래 쌘 약을 맞는지 나는 얼마나 천운이 함께하는지 지금은 몰랐다 그저 자세한 부작용도 모른 체 구토만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했다
아직은 내 몸에 항암약이 들어가고 얼마 안 되어 변화는 크게 없었다 이렇다 할 구역감도 느껴지지 않았고 평소랑 같았기에 쫄보였던 나는 은근히 떨려왔었는데 마음 편히 잘 수 있었다 아침에도 이렇다 할 증상은 없었는데 이놈의 아침 약 항생제가 문제였다 매일 아침 항생제 두 알과 녹사필 3알을 예방적으로 먹고 있었는데 항생제만 먹으면 먹고 난 후 4시간을 빌빌거렸다 폰도 들 수 없을 만큼 몸에 기운 이 빠졌고 누워서 꼼짝을 못 했다 항생제 알레르기가 있는 세타 계열도 아니고 내 생각엔 '항생제'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심리적 거부였던 거 같다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막 먹었던 '약'때문인 거 같고 괜히 항생제라 하니 몸에서 싫다 해서 그런 거 같다 다행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며칠 지나니 항생제 먹고도 괜찮았다 그때는 항암제 때문에 몸이 말이 아니었지만
아무튼 오늘 '항암'은 괜찮았다 항생제로 빌빌 거리며 눕고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ㅡㅡㅡ은 맞는 도중 화장실을 가면 소변 색이 마치 환타 오렌지색같이 나온다고 했다 검색을 통하여 알고 있었는데 내 몸에서 그렇게 소변 색이 나오니 신기했다 그리고 바보같이 병실에 화장실만 없지 세면대는 있는 데 있는 줄도 모르고 아침에 화장실에서 양치하다가 토를 했다 그게 시발점이었다 분명 아침에 일어나고 살짝 울렁거렸는데 이유야 어쨌든 한번토를하고 나니 걷잡을 수 없이 토를 했다 밥 냄새만 맡아도 토를 했고 화장실 간다도 복도를 지나도 토를 하고 화장실 냄새에 토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토를 했다 어디에서도 토를해 비닐봉지는 필수로 들고 다니게 되었다
사라진 미각 그리고 배고픔
밥 냄새만 맡아도 토를 해서 밥을 전혀 먹지 못했다 그래서 영양제도 달았다 희한한 것은 먹지 못하고 있음에도 배가 너무 고팠다 영양제를 맞고 있으면 배가 안 고프다고들 하는데 나는 왜인지 너무너무 배가 고프고 특히 새벽에 꼬르륵 소리와 배가 고파서 잠에 들 수 없었다 배는 고파하면서 밥을 먹지 못하고 있으니 남편은 걱정한 가득이었다 한 날은 너무 배고파서 위액이 나와 토를 했다 신기했다 너무 배고파서 토하다니 교수님도 내게 영양제를 맞고 있는데 배가 고플 수 없다고 신기해하셨다 마치 식도에서 음식물을 거부하는거 같았다 위에서는 밥 달라 식도 어딘가에서는 응 안돼 토할 거임 하고 토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먹어보겠다고 밥을 죽으로 바꿔서 먹어 봤는데도 두입이 최대였다
남편이 과자라도 먹어보라며 친구가 가져왔던 과자와 음료수를 꺼내 주었다 그럴까? 하며 한번 먹어 보았다 식사시간 때는 냄새 때문이라도 잘 못 먹겠고 식도에서 넘어가질 않았는데 음료수는 잘 넘어갔다 건더기 없는 액체라서 잘 넘어간 거 같다 그런대로 맛이 느껴지는데 과자는 신기하게도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제크를 먹었는데 그냥 밀가루를 씹어 먹는 듯한 맛과 질감이었다 남편이 소시지도 사 왔는데 내가 좋아하는 치즈맛 맥스봉이었다 그것은 마치 고무를 씹어 먹는 듯한 질감이었다 제크와 마찬가지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 맛도 안 느껴짐에 아주 신기했고 동시에 슬퍼졌다 맛을 느낄 수 없다니 먹는 게 중요했던 나로서는 매우 우울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안 먹어도 토하는데 뭘 먹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더 슬퍼졌다
어디 한 군데 부러져도 속이 편한 것이 좋았다 속이 불편하면 뭘 먹을 수가 없다 체해도 마찬가지인데 항암을 하면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나는 잘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구토만 안 했으면 싶었는데 하루에 먹은 것도 없는데 8~9번을 하니 힘도 없고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ㅡㅡㅡ가 끝이 났다 이제 시타라빈만 4일 남았다 독한 항암제 중 하나를 다 맞았으니 조금 괜찮겠지 하며 어서 내 몸에 ㅡㅡㅡ가 빠져나가길 바라며 물을 많이 마시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물에서도 역한 맛이 나서 쉽게 벌컥 마시질 못했다 시타라빈도 독하다지만 곱으로 맞는 거보단 낫겠지 어서 7일이 지나 마지막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