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지 않아도 될 부작용
교수님이든 의사든 가만안두겠ㄷ
조영제 부작용 <오한>
급하게 크록스 구입을 마치고 이불 안으로 손을 넣었다 온 몸을 이불로 꽁꽁 싸맸는데도 불구하고 몸이 달달 떨려왔다 그러기를 한참이 지나고 밖으로 나간 남편에게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추워서 이불 밖으로 손조차 꺼내기 힘들었다 어쩌지 고민하다가 간호사를 호출하기로 했다 불행히도 호출 버튼은 머리 위에 있었고 누워서는 손이 닿지 않았다 손조차 추워서 꺼내기 힘든데 상체를 일으켜 버튼을 누른다는 건 추워 벌벌 떨고 있는 나에겐 매우 힘든 일이었다 어렵사리 옆칸에 계신 분께 도움을 요청하여 간호사를 불러주셨고 잠시 후 간호사분이 오셨다 누가 봐도 곧 여름인데 이불을 꽁꽁 싸맨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나를 보더니 체온계로 열을 재보셨고 다행히 열은 없었다 하지만 열이 없어 해줄 것이 없다고 했고 나는 너무 추워서 그럼 어떡하냐 물었다 나에게 잠시 있어보라 하시더니 수술용 이불과 한의원에서 자주 보던 그런 빨간빛의 자외선을 가져오셨다
아주 두꺼운 수술용 이불을 덮어도 손끝과 발끝은 한겨울에 맨손과 발이 눈덩이에 파묻혀 점점 감각 이 없어지는 느낌이었고 자외선은 내리쬐는 그 부위만 따뜻했다 너무 춥고 온몸이 떨려오고 남편은 나가더니 올 생각을 않고 아직 항암을 시작도 못했고 이제 겨우 검사들과 중심정맥관을 잡았을 뿐인데 부작용이 올 껀덕지가 있나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바로 '조영제'였다 조영제 부작용 중 오한이 있었는데 아마 조영제 부작용으로 오한이 온듯싶었다 나도 이전에 오한을 겪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덜덜 떨기는 처음이었다 분명 살짝 더운 날씨임은 분명한데 이불 두 개에 심지어 하나는 수술용이라 매우 두껍고 자외선까지 쐬고 있는데 달달 떨리다니 잇몸이 아주 그냥 딱딱딱 부딧쳤다
오한의 대처방법은 일단 열이 오르고 해열제를 써서 열을 극한까지 올리고 온몸에 열이 나고 땀으로 배출시켜 몸의 온도를 떨어트려 잡는다고 했다 땀으로 배출될 때수건으로 잘 닦아주어야 된다고 했는데 뭐든 간데 일단 열이 올라야 해열제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열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해열제를 쓰면 저체온이 온다고 안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두 시간 가까이 덜덜 떨고 있어도 도무지 열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떨었을까 남편이 자리로 돌아왔고 화낼 힘도 없이 달달 떨며 쳐다만 봤다 남편은 날 보더니 왜 이러고 있냐고 전화하지 그러면서 미안해했다 아니 연락하기 전에 알아서 빨리 좀 오지 나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환자라고 이 사람아 라고 쏟아부어주고 싶었지만 덜덜 떨려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노려만 봤다
나의 멋진 친구
나에게 수술용 이불과 자외선을 가져다 준 후로부터 부르지 않아도 일정 시간마다 간호사가 와서 열이 나는지 안 나는지 열체크를 하러 왔다 나는 너무나도 추웠지만 간호사분께서도 이렇게 오랫동안 오한이 오면서 열이 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며 자주 오겠다며 혹시라도 중간에 열 재보고 열이 나면 꼭 부르라고 하고 가셨다 언제쯤 열이 오를까 혈관조영실에서 나에게 말도 없이 조영제를 쓰던 교수님인지 의사인지 누군지 모를(얼굴을 천으로 덮고 있었다) 그 사람 욕을 마음속으로 하던 차에 드디어 열이 났다 간호사가 왔고 내게 열이 남을 확인함과 동시에 미리 준비하셨는지 빠르게 해열제를 가져오셨고 일단 열이 올랐기에 원인 파악을 위해 균 검사를 해야 한다고 피검사와 소변검사 가래를 받으라고 하셨다
피검사와 가래는 지금까지 해왔던 거처럼 알아서 피를 뽑아가실 거고 가래는 나올 때 받으면 된다 그러나 소변검사는 '균 검사'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소변을 받으면 안 되고 알코올 솜으로 소변 나오는 곳을 닦고 포비돈(빨간약)으로 소독하고 소변을 받아야 했다 병원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번에 온갖 검사를 다해 보는 거 같다 실질적으로 아픈 적은 응급실 올 때 그리고 그전에 힘듦뿐이어서 이런 건방진 생각도 하는 거 같다 모르는 게 용감하다고 하질 않는가 뭐 그런 거 같다 해열제는 빠르게 내 몸속으로 들어왔고 거의 다 들어옴과 동시에 어느덧 덜덜 떨리던 몸은 나아졌고 더워져 왔다 이제 떨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았지만 오늘 아침에 샤워했는데 땀을 흘리다니 어쩐지 조금 억울해졌다
땀을 흘리는 도중 시간이 빠르게 흘러 '밤'이 되었다 밤이 되면 항암을 내일 하게 될지 모른다는 소리들 얼핏 들었는데 계속 오늘 안에만 하게 해달라고 보이는 사람마다 얘기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빨리 시작하고 싶었다 그렇게 밖이 어두워진 밤이 되고 초조해질때 드디어 인생 첫 항암이 나에게 도착했다 항암 이야기는 다음 편에 진득하게 하도록 하고 항암을 하고 있는 도중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잠시 내려와 줄 수 있냐는데 아직 마음이 실낱같아서 만나면 붙잡고 울 거 같았고 무엇보다 오후 내내 오한으로 몸을 덜덜 떨어서 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을 대신해서 내려보냈고 잠시 후 남편의 두 손 가득 무언갈 가져왔다 바로, 이제 먹는 것이 제한되는 내게 먹을 수 있는 통조림과 과자들이었다 그리고 암환자 전용 케어 제품 엘가닉이었다
친구는 내가 백혈병이란 사실을 듣고 나도 몰랐던 혈액암협회를 찾아준 친구였다 내가 검색을 잘못한 건지 소아암협회만 찾아져서 어떻게 검색한 건지 각 종 정보를 찾아주었는데 이렇게 '암환우'가 된 친구에게 전용 제품도 사다 주고 앞으로 내가 먹을 간식들도 사다 주고 너무 고마웠다 아직 다 받지 못했다며 남편은 다시 한번 일층으로 내려갔고 다시 올라온 남편의 손에는 봉투가 들려 있었는데 약 20장의 헌혈증과 친구 어머니가 넣어주신 '돈'이 있었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이 들었다 친구에게 정말 고맙다고 어머니께도 감사하다고 낫고 보답하겠다고 전해 드려달라고 했다 헌혈증도 너무 고마웠다 이제 혈액암 환자로서 수혈은 친구 같은 존재가 되는데 헌혈증 1개당 1팩의 금액을 제해 준다고 해서 어떻게 구하나 했는데 너무 고마웠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한국혈액암협회에 헌혈증 지원 요청을 하면 연 2회 50장씩 구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