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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배고기

돗괘기 좋아하세요?

by 레마누

돗괘기 먹고 싶다

배지근하게.

흑괘지 두 근 사다놓고

뭉글한 불에 오래 끓여

보드랍고 고소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기를 돔배에서 썰고 있으면

아이들이 달려와

입을 벌린다.

어제 한 새우리김치에 싸서 입에 넣어주면

으~~하고 몸서리친다

왜?

너~~~~~무 맛있어.



결혼 전에 예비 시부모님 댁에 갈 일이 있었다. 어머님이 나만 보자고 한 거여서 떨리는 마음으로 집을 방문했다. 마침 점심때였고, 상을 차리던 어머님이 잘 됐다며 같이 점심을 먹자고 했다. 그렇게 나는 예비시부모님과 둥근 상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잡곡밥과 돼지고기김치찌개만 있는 조촐한 밥상이었다. 김치찌개를 한 입 먹는 순간, 이런 김치찌개라면 평생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의 김장김치는 최고의 맛이었다.


잘 익은 김치에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 두부와 대파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내 인생 최고의 맛이었다. 결혼하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심드렁한 대답이 돌아왔다.

-찌개 한 번 끓이면 삼일을 먹었다. 그걸 계속 먹는다고 생각해 봐.

그런 거였구나. 아무리 맛있는 거라도 질릴 수가 있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집 아이들은 돼지고기를 좋아한다. 일주일에 세 번은 돼지고기다. 삼겹살, 목살을 사다 굽기도 하고, 갈비찜이나 돈가스를 만들기도 한다. 그중에서 최고는 삶은 고기다.


출처 : 네이버


어제 오랜만에 흑돼지를 사다 냄비에 푹 끓였다. 고기를 써는데 아이들이 몰려와서 한입만을 외쳤다. 묵은지를 씻어서 옆에 곁들였다. 전날하고 밖에 놔둔 부추김치가 알맞게 익었다. 상차림이 풍부해졌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나는 제주돼지고기밖에 모른다. 어렸을 때 마을에선 큰일이 있을 때나 농한기 때 돗추렴을 했다. 마을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서 돼지 한 마리를 잡았다. 아빠가 돼지다리를 들고 마당에 들어서면 우리는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아빠가 가져온 돼지고기로 찌개를 끓이고, 삶기도 하면서 상을 차렸다. 며칠 동안 돼지고기를 실컷 먹은 동생과 내 얼굴에는 기름이 반지르르하게 돌았다.


다른 지방의 돼지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나는 제주돼지가 맛있다. 고소하고 베지근하다. 삶은 고기는 건져내고 얼갈이배추를 넣어서 국을 만들어 먹어도 맛있고, 몸이나 무를 넣고 메밀가루를 풀어 고깃국을 만들어먹어도 맛있다. 저녁상을 차리기 전에 고기로 배를 채운 아이들의 입술이 반지르르했다. 내일 일어나면 또 얼마나 커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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