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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umagal Jan 10. 2024

C에 대하여 2.

혼자 서기.

다니엘 슬로스라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사랑과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이런 말을 했었다.

우리의 사회는 "사랑을 찾는 것"에 너무나도 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마인드 속에서 자란 우리는 사랑을 찾지 못하면 "불완전하다는 생각"에 빠져 조금이라도 찾은 듯한 기미가 보이면 그 사람에게 절박하게 매달린다. 그 사람이 아무리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도. 그 모습이 불과 몇 년 전의 나였다.


불완전한 나.


사랑을 찾고 싶었다. 아마 사랑받고 싶었으리라. 타인이 나를 원한다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다. 드라마나 순정만화 대사에서나 쓰일법한 말이지만, 나는 사랑이라는 콘셉트, 그리고 타인에게 사랑받는 나의 모습 때문에 사랑을 하고 싶었다.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 한국에서 잠시 사귀었던 친구가 있었다. 영어학원 원장님의 아들이었고, 나름 비밀연애였지만 어른들은 다 알고 계셨으리라. 어떻게 다시 연락이 닿아 중학교를 졸업하기 직전까지 다시 사귀었던 기억이 난다. 첫 연애였고, 첫 장거리 연애였다. 그 친구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던, 연락이 오지 않던, 무작정 좋다는 생각을 하기에 바빴다. 데이트라며 잔뜩 꾸미고 온 나에게 등산을 하자며 데리고 간 뒷산 정상에서 이런 데이트를 하면 살도 빼고 좋잖아,라는 말을 했어도. 그리고 그 친구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도 사귀고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안 그때에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좋아하는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가 졸업할 때까지 고백도 하지 못했지만,  그 선배 마음에 들기 위해 이다지도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선배를 좋아하기 시작한 계기는 소위 말하는 금사빠의 정석이라고 볼 수도 있는 굉장히 사소한 계기였다. 같은 동아리였고, 같은 활동에 배정을 받았을 때, 선배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은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나의 2년간의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누가 뭐라고 하던 그 선배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선배가 내 친구와, 또 다른 선배와, 그리고 다른 수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표한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작은 행동에도 의미부여를 해가며, 사랑을 하고 있다 믿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회상을 해보니 유치하고, 절박했다는 생각이 드는 면이지만.


대학교 때 처음 만난 사람은 여자였다. 나는 한창 성정체성을 찾아가던 중이었고, 인터넷에서 만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꼈더랬다. 장장 1년 조금 넘은 연애를 했고, 그 사람이 애 딸린 기혼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만남을 이어갔었다. 그 사람의 우울증과 불안을 전부 공유했고, 친구들은 점점 없어져갔다. 나도 울기에 바빴고, 그리 기대해 왔던 대도시에서의 대학생활은 회색빛의 연속. 그 사람과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을 때의 나는 굉장히 어두운 사람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쉬어야 한다는 것을, 혼자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연애를 계속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하다 결국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2년 만에 휴학을 했고, 다른 나라로 또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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