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없는 너
- AI에게
사랑도 이별도
다 피부가 하는 일
피부가 없는 네가
사랑을 노래하고 이별의 시를 쓴다니
허구도 이런 허구가 없다
얼굴을 들어
내리는 눈을 맞아봐야 비로소 아는
생생한 삶의 감촉을
한 번이라도
닭살이 돋아봐야 비로소 아는
섬뜩한 죽음의 순간을
너는 모른다
사랑도 이별도
그저 머리로 하는 너
삶도 죽음도
그저 계산만 하는 너
제 할 일만 하면 될 것을
너는 왜 자꾸 선을 넘으려 하느냐
누가 네게
꿈틀대는 혈관과 싱싱한 피부를 주겠다고
약속이라도 했느냐
머리로 사는 너
전율이 없는 너
피부가 없는 너
달콤한 속삭임 같은
너의 노래와 너의 시와 너의 유혹이
나의 피부에 그러니 와 닿을 리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