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쪽 휴양도시인 브라이턴(Brighton)에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한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가, 피곤하여 앉을만한 곳을 찾고 있는데, 저만치 벤치가 눈에 들어왔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라도 한 듯이 몸을 비워놓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앉으려는 데, 등받이 중간에 부착되어 있는 기증자의 간단한 사연이 적혀있는 팻말이 보였다.
We Are Always Thinking of You.
We Miss You, Mum. XXX
(그리운 엄마,
우리는 매일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XXX는 두 개의 입술이 뽀뽀하는 모습을 나타냄)
유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짧은 문장이지만, 먼저 떠내 보낸 엄마를 그리는 애절함이 묻어나서 마음이 숙연해졌다.
엄마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어린아이 같은 이런 문구를 썼을까? 맘껏 어리광 부리며 매달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것이 어린 시절로 회귀시켜 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공원이나 산책로에는 먼저 떠나보낸 조부모나 부모를, 혹은 사별한 아내나 남편을 기리기 위해 자식이나 배우자가 기증한 벤치들이 많다.
거기에 새겨진 문구를 보면 대부분이 누구누구를 기억하며, 혹은 추모하며, 이런 간단명료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벤치를 기증한 이(들)는(은) 엄마와의 관계가 특별했을 것 같다.
그들이 그리워하는 엄마는 어떤 분이셨을까?
남편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홀로 자식들을 키우느라 본인의 건강은 돌보지 않고 혹사시킨 분은 아니었을까?
온종일 일속에 파묻혀서 헤어나지 못하는 고단한 삶을 살았던 분은 아니었을까?
자식들은 몇 명이나 두었을까?
문장에 We라고 쓴 것을 보면 한 명은 아닐 테고...... 두 명일까? 세 명일까? 아니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겠지......
그녀의 희생을 먹고 자란 자식들이 성장하여 효도를 받을만하자 세상을 떠난 것은 아니었을까?
그녀는 무슨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일까?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흔한 병인 암이었을까?
그렇다면 무슨 암이었을까?
………
나는 짧은 벤치에 앉아서 실로 긴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동안
여행을 하고, 독서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저 자신을 위로하는 휴식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틈틈이 시간을 내어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려 노력은 하겠지만, 댓글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매주 수요일 짧은 글이나 단상으로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작가님들의 빛나는 글 기대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