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소원을 가지고 있다. 행운을 누리며 살길 바라고, 부자가 되기를 바라고, 이상적인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기를 바라고,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가지기를 바라고, 무엇이던 하는 일이 술술 잘 풀리기를 바라고, 명문 학교 입학을 바라고, 좋은 직장 구하길 바라고, 무엇인가를 하고 싶고, 무엇이 되고 싶고, 어디로 가고 싶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일일이 열거하기가 숨이 찰 정도이다.
맨해튼 월스트리트 뉴욕 증권 거랙소 인접한 곳에 Bowling Green이라는 아담한 삼각형 모양의 공원이 있는데, 그곳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돌진하는 황소상( Charging Bull)이 자리 잡고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 공원도 아니고 주위를 둘러보면 거대한 빌딩들이 질식할 것처럼 들어차 있는 지역이라서 황소상은 조금은 생경스럽게 느껴진다
1987년 10월, 미국 증시가 대 폭락을 하면서 미국의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릴 때, 이탈리아 조각가인 아르투로 디 모디카(Arturo Di Modic)가 증시가 빨리 안정되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동으로 만든 길이가 4. 9m에 무게가 3200kg이나 되는 거대한 황소상이다.
황소상은 부리부리한 두 눈에, 단단한 철벽도 무너뜨릴 것 같은 억센 뿔, 치켜세운 꼬리는, 금방이라도 앞을 향해 돌진할 것 같은 긴장감과 운동감이 잘 살려진 작품이다.
작품을 감상할 때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원칙이지만 이 황소상만큼은 예외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둘러싸고 있어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을 정도다.
뿔을 만지면 행운을 가져다주고, 중요한 부분인 x알(고환)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 때문에 사람들이 작품 가까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눈여겨보면 뿔을 만지는 사람보다는 X알을 만지는 사람들이 더 많다.
행운보다는 부자가 우선순위인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졌는지 황소상의 중요한 부분이 황금색으로 반들반들 윤이 난다.
어떤 짓궂은 이는 황소상의 뒷다리 사이로 들어가 아예 바닥에 자리 잡고 앉아 두 손으로 한참 동안 공들여 만진다
황소가 수치심으로 질겁을 하고 그 자리를 뛰쳐나갈 것만 같다.
나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소의 뿔과 부자가 되게 해 준다는 X알은 만지지 못했다. 나이가 든 사람이 채신머리없는 행동을 하는 것 같아 머뭇거리다가 그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행운도 놓아버리고 부자가 될 기회도 스스로 포기한 것 같아 찜찜하다.
다음에 그곳에 가면 남의 시선 의식하지 말고 눈 딱 감고 황소상의 뿔과 X알을 만져볼까?!
실현 가능성이 낮다할지라도 행운을 바라고 부자가 되는 희망을 가지고 사는 삶은 마음 설레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