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교직에 몸담았던 시절이 있다.
그래서인지 꿈속에 교사로 돌아가기도 한다.
수업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는 수업 교재를 챙기고 출석부를 챙긴 후, 해당 교실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복도가 낯설게 느껴진다. 생전 처음 걷는 곳 같다.
학년 반을 가리키는 팻말은 즐비한데 내가 찾는 교실은 보이지 않는다.
복도를 오가고 층계를 오르내려도 마찬가지다.
시계를 보니 수업시간 절반이 지났다.
마음이 답답하고 조급해진다.
학생들은 나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무협영화의 한 장면을 찍듯 난장판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순시하던 교장이 이 광경을 보면 얼마나 어이없고 난감할까?
학생들은 나를 날라리 선생으로 인식하고, 학부모는 내가 불성실한 선생으로 인식할 것 같다.
교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눈을 부라리며 나를 질책할 것 같다.
“김 선생! 교사로서 기본도 지키지 못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학생들을 방치하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당장 경위서 쓰세요."
이런 상상을 하니 더욱 괴롭고 초조하다.
아!
내 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드디어 내가 찾아 헤매던 교실을 발견한다.
시계를 보니 수업 종료 20분 전이다.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선다.
떠들썩하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잦아든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산너머 산이다.
교탁 앞에 선 나의 머릿속이 갑자기 텅 빈 것 같다. 백지상태다. 가르칠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를 해야 하는데 도통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력감이 가슴을 짓누르고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괴로움에 버둥대다 꿈에서 깨어난다.
후유- 그래 지금은 교사가 아니지.
오래전에 교직생활을 그만두었다는 것을 인식하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사명감 있는 교사가 되기를 원했고, 내실 있게 수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무의식에 깊이 새겨져, 퇴직한 지 까마득한 지금까지 꿈으로 되살아나나 보다.
아니면,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이 남아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