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감정은 조절의 대상이 아닌 해소의 대상
최근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장 큰 깨달음 중 하나는 생각보다 나는 내 스스로의 감정을 잘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
이다.
감정(感情)이란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을 의미한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감정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고,
실제로 주변에서 분노조절 장애와 같이 감정 조절을 못하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감정은 언제나 조절의 대상으로 여겨왔던 것 같다.
그전까지 나는 내 스스로 이성에 의해 감정을 잘 컨트롤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지적을 받아 순간적으로 분노의 감정이 들었을 때,
상대방이 그러한 지적을 한 이유와 내용의 타당성 등을 이성적으로 분석하면서
"그래, 방금 일은 내가 분노하지 않는 것이 맞아"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면서 감정을 컨트롤했다.(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감정 "컨트롤"이 가능하며,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꽤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성에 의해 컨트롤된 나의 감정은 무의식에서 뱀파이어처럼 나의 에너지를 빨아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에서, 혹은 친구를 만나고 왔을 때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해야할 일이 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지 않고 쇼파에 몇시간씩 늘어져 있던 경험이 많다.
예전에는 내가 내향형이라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에너지를 뺏겨서,
혹은 체력이 안좋아서 사람을 만나고 오면 에너지가 없어지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만나는 내내 좋은 기분이 유지되었던 만남이라면 집에 돌아와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불쾌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채 무의식에 차곡차곡 쌓여서 내 소중한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던 것이다.
사람들과 교루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느끼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상대방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만한 말이나 행동을 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고 상대방이 의도하지 않게 나의 열등감을 건드리거나,
대화 내용이 재미가 없어서 짜증이 나거나,
편하지 않은 관계에서 내 스스로 끊임없이 "방금 내가 한 말이 부적절하지는 않았나?"라며 걱정을 하는 등
대부분의 인간관계를 맺는 과정에서는 크고 작은 감정의 교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꼭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특히 나는 (최근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남들보다 감정에 예민한 편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내가 둥글둥글한 성격이라고 평가한다.
내 스스로가 나의 예민함을 외부로 표현하지 않고 잘 컨트롤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로 인해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던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의 감정을 최대한 가감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대화하면서 상대방에게 "지금 대화가 너무 재미없어서 짜증나"라고 표현한다면..
주변에 사람이 남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속으로 "아, 내가 지금 대화가 재미없구나" 혹은 "내가 지금 대화 주제에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대화 주제를 바꾸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면 된다.
또한 그 상황에서 바로 해결되지 않은 감정에 대해서는 집에와서 글을 쓰거나 남편에게 얘기하는 것도 감정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감정을 해소하는 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산책을 하는 것이다.
조용히 혼자 산책을 하면서 내가 오늘 하루 느낀 감정들을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얘기해주면 기분이 한결 나아져서 몸을 썼지만 에너지가 오히려 충전되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실제로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려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침대에 누워있다가
힘을 내서 산책을 하다보면 갑자기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을 에너지가 샘솟는 경험을 할 때가 많다.
감정을 해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러한 감정을 느껴도 괜찮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느낀 감정을 검열하지 않고, 솔직하개 인정하고 표현해야 한다.
내 스스로의 감정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노력을 시작하면서 나 스스로도 내 감정에 놀랄 때가 많다.
스스로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포인트에서 열등감과 분노를 느끼고,
쓸떼없는 불안과 걱정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너무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을 느낀 스스로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도 많다.
하지만 사실 인간은 원래 매우 별로다.
표현을 하든 안하든 사람들 모두 속으로 별로인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잘 해소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평소 내 감정을 잘 관찰하고, 적절히 해소하는 노력을 한다면
작은 감정에 크게 에너지를 뺏기거나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나도 내 감정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노력을 통해
이전보다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필요한 에너지 유출이 적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깨달음의 연장선으로
SNS 또한 해소가 필요한 감정을 불필요하게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감정은 나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인 동시에
항상 관심을 줘서 잘 관리하지 않으면 나의 인생 힘들게 만드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의 인생에 너무 중요한 감정에게 평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이 세상을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