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성장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공경희 옮김, 민음사)을 읽었다. 읽으면서, 오래전에 이 책이 청소년에게 읽힌다는 것을 분노한 어느 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 맞다. 너무 자극적인 것 아닌가? 주인공 홀든이 고등학생인데? 우리 문화와 맞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데 왜 토론강사님은 이 책을 선정하셨을까? 다른 까닭이 있을까? 도서를 선정하셨을 때 깊이 생각하지 않고,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떠올렸다. 읽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고 긍정했다. 그런데 메모를 다시 보니 《호밀밭의 파수꾼》이었다. 앗! 오래전에 읽다가 말았던 기억이 났다.
읽고 난 첫 번째 소감은 생각했던 우려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안도였다. 청소년이 읽어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일곱 살이 된 남학생 홀든의 성장소설이니까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파수꾼’이 되겠다는 홀든의 다짐이 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의 진로도서로 괜찮겠다고도 생각했다. 나는 홀든이 교사를 꿈꾸고 있다는 것을 예감했으며 소설 속에 학교와 두 분의 교사 모습이 대비되어 등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의 효용성에 대해서 몰두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을 위한 토론도서로 선정되어서 그런 듯하다.
두 번째 소감은 소설에 대한 아쉬운 점이다. 먼저 동생과의 만남이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에서 애써 교훈을 남기려는 듯 보였고, 끝부분에서 교사의 행동을 동성애로 오인하게 하는 것도 뭐랄까, 흥미를 끌기 위한 소설적 장치로 읽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별점 4점을 준다. 홀든과 같이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겨울이 되면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지’ 걱정하는 홀든에게 어느 택시기사가 말한다.
“이봐요, 손님이 만약 물고기라면, 대자연이 그쪽을 보살펴주지 않을 것 같소? 겨울이 되기만 하면, 물고기들이 죄다 얼어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죠?”
홀든은 인간이 가진 가식과 속물근성을 경멸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자신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그가 그리워한 것은 친구들이었다. 개인적으로 홀든이 높은 윤리의식을 갖고 있기에 괴로워한다고 생각했는데, 흔히 순수성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책마다 어떤 인연이 있는 듯하다. 이 책이 내게 준 교훈은 ‘이성’이었다. ‘감성이 이끌리는 대로 살아간다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다. 꿈꿀 수 없다. 인간은 내일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교훈을 감지했을 때 이 책을 추천하기가 꺼려졌다. “결국 뻔하잖아요.” 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하지만 읽든 안 읽든 그건 그의 몫이다. 나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