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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i Feb 09. 2024

나의 옛 수수깡 궁전

잔나비 - 가을밤에 든 생각

https://youtu.be/pBSyRQYYhMI?si=YaKHZv5nOcVaf11a


아주 작은 것으로 세상을 다 가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축구 게임이 딸려있는 필통이 있으면 학교에 가는 길이 행복했고 비비탄 총과 게임보이 어드밴스가 있으면 어깨를 으쓱거릴 수 있는 시절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에 마음이 들떴고, 엄마의 맛있는 저녁 반찬 한 접시에 방방 뛰던 어린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부족한 것도 결핍된 것도 많았습니다. 비싼 게임 씨디는 늘 새롭게 가지고 싶었고, 어떤 친구들은 핸드폰을 들고 다니길래 나도 가지고 싶었습니다. 어떤 것들은 투정을 부려 받아냈지만 어떤 것들은 가지지 못했습니다. 


만원짜리 한장이 있으면 웬만한 것은 다 가질 수 있었기에 만원짜리 한장이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그 시절을 기억합니다. 이제는 만원짜리가 많이 있는데도 가지고 싶은 것이 없습니다. 가지고 싶던 물건이 내 손에 쥐어져도 그 옛날처럼 마음이 붕붕 뜨지 않습니다. 


어린 손에 처음 쥐었던 핸드폰은 이제 먼 옛날의 유물이 되었고, 얼굴을 핥으며 아침을 깨워주던 하얀 강아지는 저 멀리로 떠나갔습니다. 돌아오지 않기에 그립게 되는 그때를 기억하면 괜히 코가 시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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