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like

100점 맞는 법? 그냥 After Like 부르면 돼요

by 지음

After life. 사후에 죄의 무게에 맞는 벌을 받는 세상이 있다면...

살면서 코인 노래방에서 썼던 금액을, 10원 동전들로 환전 받아 갯수를 세어 맞추는 벌 . 그 정도면 눈에 띄는 악행을 저지르진 못했지만, 재미를 위한 거짓말과 소소한 소악행들을 쌓아온 내게 딱 맞는 형벌이 될 것 같다. 흥의 민족인 대한민국 사람들의 평균보다도 배는 많은 동전을 세며 한탄 하겠지. "너무 많은 소음을 퍼트려서 죄송합니다!!"


대학가 오락실을 중심으로 코인 노래방이 생겨난 초창기부터 나는 코인 노래방 러버였다. 2000년대 초 중반, 아직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전제로 한 노래방이 대세였다. 사람이 모여야만 합리적인 가격이 되는 노래방을 가기 위해선, 인싸이거나 노래 부르길 좋아하는 여친이라도 있어야 했다. 둘 다 나의 해당사항은 아니었고.


늘 주머니가 가벼웠던 시절, 단 돈 몇 천원 만으로도 노래방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한줄기 솟을 구멍이었다. 오락실 안 작은 부스에 환풍기가 생겨나고, 외장이 화려해지고 커지다 DVD방 구조같이 작지만 방의 형태로 변해가는 과정을 함께했다. 업장의 하드웨어가 발전하는 만큼 소프트웨어도 함께 성장했다. 정밀 채점이나 전국에서 참여가능한 노래 컨테스트가 생겼지만, 가장 맘에 드는 건 녹음한 노래를 전송하는 서비스다.


초창기엔 TX미디어의 홈페이지로 접속해서 다시 다운 받는 형태로 제공 했었는데, 곧 시스템을 개선하였다. 이메일로 직접 전송하게 된 이후로는 죽 노래들을 모아왔으니, 햇수로는 10년쯤 되었다. 망가져 있었지만 자각하지 못했던 노래 실력이 나아지기(?) 시작한 것도 그때 부터다. 녹음하고 들어보니 내가 질러대는 소리는 정말 못 들어줄 소음이었다.


도취가 그렇게 무서운 것일줄이야... 노래방이 본래 잃어버린 자신의 영혼을 긁어모아 자아도취하기 위한 곳이라지만, 또 노래 답지 못한 소음을 방치 할순 없는 법. 타고난 귀가 없는 이들이 그렇듯, 부르며 자각할 능력은 없으니 부단히 부르고, 부단히 들으며 부를 때의 느낌과 들을 떄의 느낌의 차이를 줄여나갔다. 좋다고 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니겠지만, 거슬리는 목소리들은 많이 수정했다. 하고, 돌아보고, 바르게 반복 하는 것이야 말로 성장과 교육의 본질 아니겠는가.


하여 나의 코인 노래방 루틴은 이렇다. 컨디션에 따라 금액을 정하고, 해당 노래 수 -1 개 만큼은 녹음을 한 후 이메일로 전송한다.마지막 한 곡은 전송을 기다릴 겸, 보통의 채점 방식을 선택한다. 기계 세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마지막 곡을 부르면 자동 종료 시퀀스가 시작되니 이게 가장 안전하다. 그날 그날의 느낌에 따르지 않고 객관적(기계적?) 평가를 받는 곡은 단 한 곡인 것이다. 마지막 노래에 점수를 신봉하는 만큼의 기분이 달려있다.


점수가 별로 신경 쓰이지 않을 때엔 소리 지르는, 신나는, 빠른 노래들을 골랐다. 녹음 하기엔 부담 스러운 마지막 흥이 멀리멀리 날아가도록. 2000년대엔 말달리자 였고, 임재범의 고해, 넌 내게 반했어, 마리와 나 같은 곡을 불렀다. 가끔 박정현의 꿈에 정도? 나만 신나면 끝인 문제인데, 묘하게 마지막 점수가 마음에 뒤끝을 남겼다. 정석을 빗겨난 삶을 살더라도 모범생 티가 남은 것인지, 평생 숫자와 계산에 민감한 삶을 살아서 인진 정확히 모르지만. 70점이라도 받을라 치면 기분이 좋다가도 찝찝해졌다. 단골 코인 노래방에서 100점은 한 곡 더 서비스! 정책을 시행한 이후론 더욱. 미묘하게 신경 쓰인달까. 결국 엔딩곡에 다양한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기계가 가장 인정해주는 나의 노래는 무엇인가?!


코인 노래방의 엔딩요정 아저씨라도 된 듯 여러 장르의 다양한 분위기의 노래를 부른지 1년. 언젠가 After like를 선택한건 단순한 팬심이었다. 유진이의 참치광고로 인한 분노가 노래를 찾아 듣게 만들고 흥얼거리다 중독된 것이다. 야자 단속하다 본 뮤비에서 받은 원영 쇼크란!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불러볼까? 했던 것이 100점이 될 줄은 몰랐다. 얼떨떨 하게 얻은 찐 마지막 곡을 말 달리며 느낀 간질한 기쁨과 어이없음이란!


몇 번 더 다른 노래들을 시도하다, 결국 After like를 마지막 곡으로 밀기 시작했다.[1] 기록을 한 이래로 부른 횟수는 총 열 아홉 번. 100점 받은 횟수 열 네번. 중년, 잘해봐야 영 포티인 아저씨의 목소리를 기계가 어떻게 채점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녹음된걸 들어보면 나로서도 윽! 엑! 윾! 인데... 만점 받을 확률이 70퍼센트가 넘는다니, 원영턴 까지만 연습하면 공연도 가능할 수준이라 봐도 되지 않나? 물론 점수로만 따졌을 때 말이다(역겨움은 고려 않고). 신기한 것은 수준 미달인 것을 자각 하면서도 100점 이라는 점수 자체에 묘한 미소가 지어지는 자기 자신이다. 이건 점수로만 평가하는 시스템의 불합리성에 의한 것임이 분명한데도...


여하간에 신촌의 코인 노래방에선 After like를 불러대는 아재를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여기에 고백한다. 이어서 말을 달리거나, 넌 내게 반했다며 억지를 부린다면 더더욱 이놈일 가능성이 높다. 벌은 지옥에 가서 동전 하나를 더 세며 받을 테니, 부디 점수의 농간에 피해만 받아온 이의 부질없는 집착으로 보아 웃어 넘겨 주시길...


[1]: 아저씨 톤으로 이 노래를 녹음해 들어 본 적이 있었지만, 역한 마음이 들 뿐이라 녹음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결과가 좋지 않은가, 찐 막곡도 보너스로 생기고!!!


사진: UnsplashAlfonso Scar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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