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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 다이브 Mar 26. 2024

방향을 찾아가는 연습

Humans of daiv. 열여덟 번째 이야기: 이효민

쉽게 쌓아 올린 모래성은 쉽게 쓰러진다. 짧은 시간에 이뤄낸 일들은 성취감을 가져다 주기에는 충분하나, 삶의 길을 만들어내기에는 불충분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무언가 곧추세워지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단단한 성이 완성하기 위해 지반을 쌓아 올리는 이 과정에는 여러 경험이 필요하다. AI, 금융, 건축/토목 등 다양한 곳에서 삶의 지반을 찾아나가고 있는 이효민을 만났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 20학번에 재학 중인 이효민이다. 막 교환학생을 다녀와 다시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중이다.



전공이 건축사회환경공학부다. 다이브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사실 지금 전공하고 있는 분야가, 원래부터 그려왔던 전공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입학할 때부터 내가 뭘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더군다나 코로나가 터진 후에 입학하니까 첫 학기에 대면 수업도 안 했다. 그때 차라리 이 기회를 살려서 다른 분야를 접할 기회를 많이 살려보자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동아리나 대외 활동을 했는데, 다이브에 지원할 즈음에 코딩 붐이 일어났다. 내가 코딩 쪽으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공부를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다. 당시에는 정말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는 생활 코딩이나 간단한 웹사이트 구축 같은 입문용 강의를 들었다. 그렇게 혼자서 해보다가 에브리타임에서 완전 비전공자, 초심자도 할 수 있다는 말에 끌려 다이브를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다이브 활동을 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잘 맞진 않았다. 주변 케이스를 보면 코딩이라는 것 자체가 뭘 만들고 싶다거나 목적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 같은데, 스스로 그만큼의 열정이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AI 분야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안다.

연합 발표 동아리를 하면서 큰 행사를 기획해 봤고, 봉사 관련 대외 활동 등을 경험해 봤다. 전공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활동으로는 교내 상업용 부동산 학회에 들어가서 활동을 했었고 이와 관련해 부동산 컨설팅사에서 단기 인턴 활동을 했다. 학회 활동을 마무리한 뒤 교환학생을 다녀온 상태이다.


여러 분야에 발을 담가봤지만, 아직도 제일 마음이 가는 곳을 못 정했다. 기왕 들어온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그 중에서 제일 가까운 게 상업용 부동산이나 금융 분야이기는 한데, 아직 확신이 없다. 관련된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조금 더 고민해 보려고 한다.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된 계기는.

굳이 스웨덴을 고른 이유는 정말 새로운 환경이 필요해서다. 당시 주변 공대생 중에는 교환학생을 가는 친구가 많이 없어서 네이버에 검색한 적이 있다. 그러다 우연히 같은 학교 다른 과 선배가 올린 교환학생 포스트를 보게 됐다. 그 포스트에 호기롭게 댓글로 ‘고민이 많은데 질문 몇 개를 남겨둬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럴 거면 차라리 연락처를 주겠다고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그때 그분이 가셨던 교환교가 지금 다녀온 곳과 같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만든 느낌이다. 주어진 5개월 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전보다 적극적으로 이 기회를 이용하려 했다. 아무래도 한국말을 사용할 때와 비교해 표현이 섬세하지 못해서, 오히려 직접적으로 감정표현을 많이 하고 주저하지 않고 말을 걸었던 것 같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환학생으로 있는 동안 8~9개국을 돌아다녔는데, 그중 마지막 여행을 포르투갈로 다녀왔다. 그전까지는 일단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해서, 그 지역에서 유명한 맛집이나 명소를 나열하고, 후기가 제일 좋은 곳들을 찾아가면서 여행했다. 마지막으로 혼자 떠난 포르투갈은 발 닿는 대로 다녔고 현지 사람들이 추천해 주는 식당을 방문했다. 안경원에서 만난 안경사님이나 호스텔 직원분에게도 식당을 추천받았다. 관광객이 정말 잘 안 가는 현지 식당들이었고, 이때 먹은 식사와 와인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한국이었으면 누가 어딜 많이 가는지 찾아보고 검색 결과에 의존하는 게 먼저였을 텐데,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물어보는 데 대한 두려움이 좀 없어진 것 같다.

교환학생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모든 짐을 챙겨 기숙사를 떠나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숙사에서는 한 층에 많게는 16명이 함께 살았고 여러 층을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렸다. 짧은 기간 동안 너무 가까워져서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며칠은 친구들 방에서 자고 식사도 친구들이 다 챙겨줬었다. 공항으로 향하기 위한 기차편이 새벽 5시 반이었는데, 이른 시간에도 스무 명 조금 안 되는 친구들이 배웅해 준 덕분에 그 새벽에 기차역에서 펑펑 울며 모두를 껴안은 기억이 있다.


다른 하나는 덴마크에서 스웨덴으로 돌아오던 기차가 생각난다. 원래는 기차 한 번이면 공항에서 기숙사가 있는 곳까지 올 수 있는데, 그날따라 날씨가 안 좋아서 환승을 여러 번 해야 했다. 그때 환승 구간마다 스웨덴 사람을 만나서 기숙사를 가는 방법을 물어봤더니 다들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래서 따라갔더니, 그다음 번엔 본인은 목적지가 달라 다른 사람에게 널 맡겨놓을 테니 그 사람을 따라가라고 안내해 줬다 (웃음). 그렇게 2~3시간 걸릴 거리를 7시간이나 떠돌며 사람들과 오다 보니, 교환 와서 만난 스웨덴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을 하루에 만나게 됐다.



요즘 한국에서의 일상은 어떤가.

생활 루틴을 많이 바꾸려고 하고 있다. 교환학생 가기 전에는 눈 떠지면 일어나고, 학교 가거나 활동하는 시간도 매번 다른 편이었다. 그런데 교환학생을 가고 나서는 좀 더 규칙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 거기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호수도 다녀오고,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거나 공부를 하면서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자는 시간도 비슷했다. 그 패턴을 한국까지 가져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시차 적응은 다 끝났고 운동도 하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 있다.



졸업하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항상 하는 고민이지만 아직까지도 졸업 이후의 방향성을 잘 모르겠다. 전공 분야의 진로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편이 아니라서, 이쪽으로 가려면 갈 수 있지만 섣불리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본인의 삶이 어떤 건축 양식과 닮아있다고 생각하나.

건축학과가 아니다 보니 건축 양식으로 답하기엔 알고 있는 게 많지 않다. 전공 분야에서 빗대어 얘기하자면 건축 구조 중 하나인 철근 콘크리트로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에 들어서 주로 건설되는 구조가 철근 콘크리트 구조다. 기존의 일반 콘크리트 구조는 압축력에 강하지만 인장력에 약한 성질을 띠는 단점을 가지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장에 강한 철근을 더한 일체식 구조가 철근콘크리트 구조다. 콘크리트가 완전히 경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공사 기간이 짧지 않다는 특징도 있다.


본 전공이 콘크리트라면 지금껏 시도해 본 활동들이 철근인 것 같다. 아직 준공되지 않았고 시간은 좀 걸릴지 몰라도, 다양한 방면으로 경험해 보려 한 부분들이 결국에는 외부로부터의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안정해질 수 있도록 본 전공이나 그외 경험들 모두에 힘을 실어둬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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