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 of daiv.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송재하
신촌에서 자율주행 연구를 하고 있는 송재하를 만났다. 코로나로 정체되어 있던 학부 시절, 우연히 시작한 자율주행 덕분에 그는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자율주행은 인공지능, 기계공학, 전자공학과 같은 여러 분야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분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도전의 가치를 느낀다고 말한다.
마치 돌발 상황이 가득한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그의 지난 시간 역시 예측 불가능한 전개의 연속이었다. 재수와 삼수, 그리고 음악에 빠져 살았던 시기를 지나 우연한 계기로 자율주행이라는 트랙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할 만큼 치열하게 달리다 번아웃을 마주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그는 이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과 균형임을 안다.
음악을 사랑하는 공학도, 송재하가 꿈꾸는 자율주행과 삶의 목적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간단히 소개를 부탁한다.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과에서 석사 2학기를 마쳤다. 연구 분야는 크게 E2E(End-to-End) 자율주행과 컴퓨터 비전 기반 자율주행으로 나뉘는데, 현재는 컴퓨터 비전 중심의 자율주행에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코로나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다 보니, 학부 절반이 지나도록 ‘내가 한 게 뭐가 있지?’라는 고민이 들었다. 뭔가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던 때, 에브리타임에서 자율주행 팀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그 계기로 학부 3학년 때 처음으로 자율주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힘들더라도 성취감이 있는 분야이고, 차를 직접 만지는 과정이 재밌어서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
현재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게 있다면?
모델을 학습시킬 때 발생하는 데이터 불균형 문제가 가장 크다. 일반적인 주행 데이터는 충분히 쌓였지만, 끼어들기와 역주행 같은 특수 상황(Edge-case)에 대한 데이터는 극도로 부족하다. 학회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웨이모나 테슬라 같은 선두 기업들은 평범한 주행 상황은 아예 저장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데이터를 다 저장하면 하루에만 수백 TB 이상의 용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을 통해 평범한 장면의 데이터들을 없애는 방식이다. 둘째는 비디오 생성 모델을 활용해 특수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아직 활발한 연구 분야는 아니지만,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석사 과정에 있다. 다음 단계는 어디로 넘어가고 싶은지.
진로는 취업 80%, 박사과정 20% 정도의 비중으로 생각하고 있다. 학계에서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의 대규모 데이터를 다뤄보고 싶고, 실용적인 문제들을 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또한 박사를 졸업하면 4~5년 뒤가 될 텐데, 그때는 기술 트렌드가 또 많이 바뀌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우선은 취업에 무게를 두고, 이번 겨울방학 때 인턴을 경험해 볼 생각이다.
대학을 조금 늦게 입학했다. 배경이 있는지.
거창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니다. 재수 성적이 좋지 않아 ‘공부는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음악에 몰두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수능을 준비했고 삼수 끝에 대학에 입학했다. 지금 돌아보면 방황의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한때 음악을 만든 것으로 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고1 때 아이패드의 개러지밴드(GarageBand)로 친구와 뚝딱뚝딱 곡을 만들어 보다가 재미를 느꼈다. 유명한 곡을 카피해보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20살부터 장비를 하나씩 사 모았고, 21살에는 작업실도 꾸렸다. 대학에 와서도 꾸준히 음악을 하며 공모전에 지원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함께 음악을 했던 친구와 “음악으로 일을 키워보자”는 얘기도 했었다 (웃음). 곡을 세상에 내고,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것이 목표다.
일을 불 같이 하는 성격으로 알고 있다. 번아웃이 오거나 피곤하지는 않는지.
작년 9월쯤 멍해지는 시기가 왔었다. 힘을 너무 몰아서 쓴 탓이다. 연구실에 침대도 있고 지하에 샤워실도 있다 보니, 집에 거의 들어가지 않고 대부분을 학교에서 지냈다. 친구가 “너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올해 들어서는 업무량을 조절하면서 많이 괜찮아졌다.
가장 원하는 회사가 있다고 들었다. 그곳에 합격한 다음의 세상을 상상해본다면?
제주도에 있는 자율 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RideFlux)’에 가고 싶다. 국내에서 가장 잘 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업 중에 하나이고, 국내 최초로 level 4 무인 자율주행 운행 허가를 받은 곳이다. 제주도에서 제주 공항과 서귀포 시청을 잇는 최장거리 자율주행 셔틀을 운행하기도 했다.
먼저 입사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고, 퇴사율도 매우 낮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였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 회사에 다닌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음악과 같은 여가 시간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