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쁘고 단정하게 떠나기 위한, 조금 긴 준비
#episode
59세의 끄트머리, 그 어떤 날 아침에 눈을 뜨면서 문득 생각했다.
[오늘 당장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됐어.]
왜냐하면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딱 67세까지만 살다 가겠다는,
성급하고도 시건방진 결심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100세 시대의 도래 같은 건 상상조차 못했던 시절이었다.
다들 70세를 전후하여 길고 지난했던 세상과 작별을 고했던 그런 시절이었어서.
어쨌든 몇 밤을 자고 나면 60살이 될 거고 계획대로라면 7년 남았다.
잘 살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계속해서 끝까지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괜찮은 사람,
부끄럽지 않은 사람,
썩 넉넉하지는 않아도 옹색하게 굴지는 않는 사람으로
살다 가야 한다는 강박이 늘 있다. 있었다.
내 발로 걷고, 내 손을 움직여 일하는 삶.
누구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꼿꼿하게 서고 앉고 누울 수 있는 삶.
딱 그때까지만, 딱 그랬으면 싶었다.
내 생각에는 바로 [그때]가 예순일곱, 대략 그쯤일 거라고 짐작되었는가 보다.
엄청 반듯하게, 유난하게, 까탈스럽게 한 생을 채워 오신 시어머니가
[죽음] 앞에 마지막 생을 놓아 두셨다.
나는 조금 당황했다.
그 어른의 모습이 미워서였다. 안 이뻐서였다.
[오줌 마려워.] 그러면 의자인지 변기인지 모를 그것을 어머니의
엉덩이 밑에다 끼워 넣어야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쫄쫄쫄, 세 방울쯤의 물기로 그것을 적시곤 했다.
[배고파] 그러면 힘센 나의 남자가 바퀴 달린 책상 의자를 밀고 나와서는
좀처럼 움직일 수 없어 자연스럽게 뚱뚱해진 어머니를 거기에다 앉혔다.
그 의자를 밀어다 식탁 앞에 앉혀 드리면 숟가락질조차 서툰 어머니가
덜덜 떨면서 죽그릇 속에 담긴 무언가를 반 숟가락 정도 퍼올려 입에 넣으셨다.
그 모습을 올곧이 보고 있던 나는 생각했다.
계획대로 하자. 꼭 그러자.
너무 오래 살지는 말고.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가래처럼 걸쭉한 눈물이 목에 걸려서
어머니를 꼭 끌어안고 [어무니, 사랑해!] 그랬다.
삶이 너무 길다.
너무 건강한 것도 죄스러운 삶이다.
살기에 바빴던 날들을 살아 내고 보니
죽기끼지도 딱 그만큼,
살았던 날들 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육십 가까이를 살아 낸 어느 날에 이런 이야기를 쓰는 건
남아 있는 삶이 구차하지는 않았으면, 싶기 때문이다.
사람, 관계의 정리.
살림, 실제적 정리,
경제, 남은 자들을 위한 정리,
그리고
꿈, 내가 하고 싶었던 무수한 것들에 대한 정리정돈.
이런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길게 쓸 건지, 짧게 쓰다 말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쓰다 보면
내가 살아왔던 날들,
그 어떤 그림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겠나, 싶어서 쓴다.
혹여 오다가다 이 글을 만난 당신은 과연 몇 살인지,
몇 살 정도나 먹었는지,
그런게 좀 궁금하기도 하지만 따지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다만 우리들의 생이
스무 해 남았는지,
열다섯 밤이 남았는지,
혹 서른다섯 해가 남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는 동안...
언제나 내 마지막 모습이 너무 밉지는 않기를,
약간은 아름답기를 고대하며 쓴다.
미리미리 준비하면... 혹시 아나?
그러는 게 기특해서 하늘에 계신 우리들의 신이
쓰담쓰담 하면서 상을 내릴지도 모를 일 아닌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