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지안 Mar 05. 2024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삶

"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삶은

좋은기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

생뚱맞게 신랑이랑 삼겹살을 먹다가 울었다. 


어줍잖게 진지충이 되어버린 것이다. 

평소에도 진지충이라고 놀림을 받는데 ..

술도 안마신 내가 취한 듯이 말했다. 


" 난 아이가 자라는걸 끝까지 보고 싶어.

그래서 그건 다 보고 죽고싶어." 

신랑이 말했다. 

우린 참 비슷한 구석이 있다. 

생에 대해 너무 진지하다 .


연애부터 결혼까지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너무 빠르게 흘러버린 세월이 무섭다. 


그래서 한번씩 뒤를 돌아보면 

간직할 수 있는 추억과 

기억들이 너무 소중하다. 


돈을 벌고 먹고 살려고 아둥바둥 하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좋은 한번이라도 더 웃어주는거 

사랑한다고 말해주는건 잊지 않는다. 


좋은 엄마는 아니지만 순간을 놓치지는 않는 엄마다. 

생각날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해준다. 

언제 커버렸는지 모르게 훌쩍 지나갈 아이의 이 순간들이 

아주 밝게 총천연색으로 빛날 수 있게 말이다. 


그런 빛나는 순간들이 많은 사람은 삶을 더 잘 지탱할 수 있다. 

나의 배경은 언제나 흐릿하고 어두웠기에 즐거운 일이 있어도 

좋은기억이 있어도 온전히 머리속에 가슴속에 스며들지를 못했다.

자식에게 만큼은 그런 기억과 정서적 배경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이 그리고 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이라는 걸 안다. 

사느라 정신없다. 라는 핑계로 그냥 지나쳐 버릴 

것들이 생기지 않도록 늘 신경을 곤두세운다. 


타고나길 예민한 것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 세밀한 것도 있다. 

시간속에 감정이 녹아드는 순간들을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기록해야 남겨진다는 것을 아니까.

최선을 다해 기록하고 기억되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