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것보다 따뜻한 악마의 유혹
이미 잠에서 깬 지는 벌써 한 시간 전이다.
밖은 점점 여명이 밝아오며 창문을 통해 푸른빛이 서서히 방안을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침대 위에 정자세로 누워 이불을 코까지 덮고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일어나려 하지 않고 있다. 그저 눈을 껌뻑껌뻑 거리며 멍하니 천장만 바라볼 뿐이다.
“아... 이래서 안 꺼내려했건만...”
등에서 올라오는 전기장판의 온기는 그야말로 악마의 손길이 되어 나의 온몸을 감싸곤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어서 벗어나야 한다. 나에겐 오늘 하루를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나는 오늘도 발전해야 한다. 그러니까 빨리 박차고 일어나자!
하지만 나의 그런 의지마저도 어느새 ‘그 악마’의 손길에 길들여져선 금세 그 의지를 꺾게 된다.
더불어, 코까지 덮은 이불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더니, 나중은 마치 푹신한 쇳덩이가 되어 온몸을 짓누르는 듯하다. 창밖에선 어느새 참새들의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쓰레기 수거 차량의 엔진 소리도 들려온다. 동네 사람들의 서로 간 안부 인사마저 들려온다. 밖은 분명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하루를 열기 위해 분주히 시간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침대 위에 꼿꼿이 누워 아직도 한밤중이다.
일어나자! 어서! 왜 일어나질 못하니!
속으로 나는 나에게 재촉하지만, 어째서인지 내 안의 나는 대답이 없다. 아니, 대답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 설마 내 안에 나에게 이미 그 악마의 손길이 뻗친 걸까? 큰일이다. 점점 소변이 마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체의 생리현상 중 가장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배뇨 활동 앞에서 마저 나는 여전히 일어나질 못하고 있다. 점점 방광이 차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어쩌지? 어쩌면 좋지? 일어나! 어서! 이대로 지릴 셈이야?! 아니면 더 큰 게 와야지 일어날 거야?!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속!
꼬르르륵
“... 배고파.”
그렇게 나는 배뇨의 쾌감보단 주린 배를 앞세워 그 위험한 전기장판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그래,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이렇듯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모를 때 전기장판에 누워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막상 그 유혹에서 벗어나려 할 때, 무엇을 앞세워 벗어나려 하는지 깊이 고심하길 바란다.
그것이 어쩌면 살면서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일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