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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레터 May 04. 2023

무명 신인도 '이것' 잘하면 빌보드 간다.


지난 호에서 알고리즘을 점령한 '지올팍'을 다뤘는데요. (지난 호 보기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주도 알고리즘'이 핵심이었죠.  


오늘은 이어서 음악 2탄! 

알고리즘 파워를 타고 한방에 무명 신인에서 유명 인사가 된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빌보드 진입? 사실 예상했습니다"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 등판한 '중소돌' 피프티피프티.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해 K팝 최단 기록을 세우고,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미국 차트에서 동시에 10위 안에 진입했습니다. 단숨에 4세대 최강 그룹 반열에 올라 '중소돌의 기적'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요.


그런데 담당 프로듀서 왈, "빌보드 진입, 사실 예상했습니다","처음부터 세웠던 기획 방향입니다."라며 자신감을 내보였습니다. 단순한 우연이나 기적이 아니었다는 거죠. 빌보드에 갈 줄 알고 미국 프로모션 준비도 미리 다 해뒀다는데,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이미지 출처 : allkpop)





지금 바로 틱톡이나 릴스 창 켜고 피드 내리면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 챌린지가 꼭 한 번은 뜹니다. 활동 1년 만에 틱톡 세계 조회수 13억 뷰를 찍은 22세 일본 뮤지션 이마세.


J팝 가수 최초로 한국 음원 차트에 진입했고요, 스트레이 키즈, 아이브 등 한국 아이돌까지 챌린지에 가세했습니다. 뜨거운 바이럴 효과 덕에 지난 4월 13일 내한공연까지!


독학으로 겨우 1년 음악을 배웠다는 이마세.

그 역시 작곡할 때부터 '숏폼 흥행을 노렸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두 아티스트, 혹시 처음 보시나요? '엠카'나 '멜론 TOP100'에서 못 봤다고요?

어떻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글로벌 스타☆가 됐을까요?


알고리즘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뻗어간 피프티피프티, 한국으로 뻗어온 이마세. 

알고리즘은 대형 기획사 파워도 이기는 치트키가 되었죠.

알고리즘 파워로 마케팅 시너지를 낸 아티스트들, 비결이 뭘까요?



유튜브 曰 숏폼의 효과는 쏠쏠하다

숏폼 시대에 진입하며 음악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대표 주자 틱톡, 쇼츠, 릴스 모두 업로드 시 '사운드' 삽입이 기본이거든요. 트위터는 텍스트, 인스타는 사진, 유튜브는 영상 기반 '소통'이었다면, 틱톡을 비롯한 숏폼은 춤과 노래 기반 ‘놀이문화’ 플랫폼입니다. 메시지나 의미보다는 재밌게 노는 게 중요하죠. 흥행하고 싶다면 내 음악(혹은 콘텐츠)이 어떻게 재밌고 즐겁게 쓰일 수 있을지부터 구상해야겠죠!


하지만 아직 많은 크리에이터나 아티스트들이 숏폼을 티저나 하이라이트 영상 업로드 등, 소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숏폼을 적극 사용해 '알고리즘의 축복'을 만들어낸 아티스트들은 무엇이 다를까요?



요즘 Gen-Z 아티스트는 틱톡에서 데뷔한다.


태초에 '틱톡의 왕' 타이 베르데스가 있었습니다. 오디션에서 일곱 번 넘게 떨어졌던 24세 타이는 회사에 다니며 아마추어 뮤지션으로 작업을 계속했는데요. 오디션장 가는 대신, 틱톡 유행과 알고리즘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간 매일 업로드 실험도 하고요.


그가 찾은 답은 '스토리텔링'과 '꾸준함'이었습니다. 당시 틱톡은 댄스 챌린지 포화 상태였거든요. 차별화를 위해 음악 작사 작곡, 발매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틱톡에 꼼꼼히 올렸습니다. "여러분의 좋아요 1000개가 모이면 이 음악을 발매하겠습니다!" 라며 어그로(?)를 끌기도 했고요.


숏폼으로 신곡을 선공개하는 타이 베르데스(출처 : 유튜브 @TaiVerdes)


'셀프 프로모션' 방식이 제대로 먹혔는지, 어느 날 갑자기 '좋아요'가 물밀듯이 밀려 왔고, 'Stuck in the Middle'은 순식간에 스포티파이 1위를 찍었습니다. 2020년 뉴욕타임즈가 '최고의 노래'로 선정하기도 했고요. (틱톡 알고리즘은 '바이러스'처럼 퍼진다더니..)


연습할 공간이 없어 차 안에서 노래했다는 타이 베르데스. 진정성과 꾸준함의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해 성공한 지금도 똑같이 차 안에서 음원을 선공개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타이는 "아이디어가 좋기만 하면, 알고리즘이 마구 푸쉬해준다"며 틱톡 전도사(?)가 되었는데요.    


타이 말이 맞습니다. 음악시장의 판도가 변했거든요. 

지난해 틱톡 연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빌보드 핫100' 차트 1위 14곡 중 13곡이 틱톡 바이럴 트렌드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합니다. 국내, 해외 음반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음악 시장에서 틱톡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피프티피프티 'Cuipd'의 빌보드 핫100 도달 경로


피프티피프티 제작자가 빌보드를 예상하고 대비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단계 

일부 유저가 틱톡에서 'Cupid'의 2배속 음원을 만들어, 각종 상황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함.

 2단계 

다수의 틱톡 유저들이 '가지고 놀기 좋은 음악이구나!'를 감지 -> 밈이 됨.  

 3단계 

'무보수 마케터' 등판!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챌린지 제작 → 바이럴 불판

('Cupid' 가사에 맞춘 간단한 안무 '손댄스 챌린지' 영상

 4단계 

틱톡 바이럴 수를 보고 심상치 않음을 판단한 프로듀서, 바로 글로벌 프로모션 팀을 꾸려 미국 홍보 시작!


'Viral Hits' 차트에 오른 아티스트들의 명단을 보면, 유명인이 아니라 피프티피프티처럼 갑자기 뜬 사람들이 꽤 있어요. 요즘 업계 사람들은 눈 크게 뜨고 저 차트만 본다고..


이 흐름을 일찌감치 파악한 Z세대 뮤지션들은

아예 틱톡에서 데뷔하고 '셀프 마케팅'으로 바이럴을 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서 소개한 일본의 이마세는 2000년생 싱어송라이터로, '나이트 댄서' 작업 전 틱톡에서 인기를 끄는 노래들을 꾸준히 분석했다고 합니다. 피아노와 베이스만 사용해 따라 부르기 좋은 심플한 멜로디와 노래를 만들었죠.

☆ 이마세 피셜, BPM90 템포로 4소절 안에 문자를 6~8개 넣으면 따라부르기 좋은 곡이 된다고 하네요!  


여기서도 무보수 마케터가 등장해 제대로 한 몫 합니다. 일본의 한 댄스 크루(왼쪽 영상)에서 자발적으로 춤을 만들고, '나이트 댄서' 음원에 입혀 틱톡에 올린 거예요. 곧 '나이트 댄서 챌린지'가 빠르게 확산되었고 특히 한국에서 핫해져 단숨에 멜론 차트 17위까지 올랐습니다. 일본의 '하입보이'로 불리고 있어요. 


(출처 : 틱톡 @imase119)


이마세 틱톡 구경하기



미국의 래퍼 24kGolden도 2000년생 아티스트로, 18세에 틱톡 바이럴을 이용해 'Valentino'를 히트시킨 후, 빌보드 1위를 밥 먹듯이 하는 천재 아티스트라 불리고 있습니다. 


그는 코로나 기간에 음악 마케팅을 독학하고, 틱톡에서 어떤 사람들이 뜨는지 유심히 관찰했다는데요. 'Valentino' 공개 후 조금씩 반응이 오자, 음원을 배경으로 사용한 우스꽝스러운 챌린지를 최대한 많이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한 인기 인플루언서가 Valentino 립싱크 영상을 올렸고, 결국 대박이 났죠! 


24kGolden은 지금도 틱톡에서 부지런히 챌린지를 직접 만들어 가며 팬들의 즐거움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오른쪽 영상은 팬과 듀엣으로 신곡을 부르는 Open Verse 챌린지라네요.


24kGolden 틱톡 구경하기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저스터스 베넷. 역시나 2000년생입니다. (2000년생들에게 바이럴 천재 DNA라도 있나요?)


'Real Life Sux', 'Bad Day' 등의 음원 녹음 영상을 틱톡에 게시해 인기를 얻고, 백만 회 이상의 스트리밍 수를 기록하며 Viral Hits 차트에 핫하게 데뷔했어요. 아티스트가 직접 곡의 의미를 설명하고, 시청자와 함께 부족한 부분을 다듬어 가는 경험은 '셀프 마케팅' 에서만 가능한 큰 장점이죠! 


"방금 쓴 곡이다"라며 신곡을 무심하게 툭 던지는 저스터스 베넷. 팬들은 댓글에서 drop plz! (제발 발매해 줘!) 라며 소리칩니다. 

젠지 뮤지션답게, 음원을 활용한 틱톡스럽고 창의적인 챌린지도 꾸준히 선보이는 중입니다.



저스터스 베넷 틱톡 구경하기



정리하자면, 

✔ 멜론 TOP100 같은 '차트음악'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이끄는 바이럴 음악이 음반 시장을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 그래서 글로벌 스타가 됐는데도 음악방송에서 본 적 없는 사례가 생기는 거죠.  

✔ BTS같은 슈퍼스타가 아니더라도, '작은 메이저'가 여럿 탄생하는 시대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


            

피프티피프티 프로듀서는 핑클, 베이비복스 음원을 작업했던 1세대 시절(?) 제작자였다고 합니다. 

과거의 방식에 갇혀있지 않고, 시장 변화에 맞춰 프로모션 방식과 인력 구성을 완전히 바꾼 덕에 역대 최단 시간 빌보드에 갈 수 있었죠.  


대중이 먼저 찾아와 음악을 들어주고, 콘텐츠를 소비해주던 시절은 갔습니다. ㅠㅠ 시대의 천재라는 찰리 푸스까지도 틱톡에서 셀프 프로모션을 하죠. 사람들은 동영상 앱을 사용하며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추천 알고리즘이 시청의 70%를 주도한다고 합니다. (출처

셀프 마케팅을 위해 얼마든지 알고리즘을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겠죠! 


바이럴에 성공한 아티스트들은 하나같이 '우연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왜 이 곡 순위가 이렇게 높지?', '왜 이 콘텐츠가 갑자기 빵 떴지?' 궁금증이 생길 때, 내용만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외부를 둘러싼 바이럴 기술을 탐구해 보는 것도 중요하겠어요! 생태계를 열심히 공부하고, 뿌리면, 그 다음은 알고리즘이 알아서!



그럼, 다음 호에서 만나요 ��


2023년 상반기 틱톡 흥행 음원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영감을 얻어보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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