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어떤 시점에는 외로움에 고통받는다. 외로움은 우리가 서로 궁극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사이라는 데서 오는 감정이다. 나는 이 세상에 홀로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 세상에는 나처럼 홀로 서 있는 당신이 있다.
외로워하는 사람을 매정히 떠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외로움을 잘 알고 있을수록 더욱 힘들다. 내가 한 사람의 구원 이 될 수 있다면, 외로움을 제거하고 온전해질 수 있다면, 그것은 나 자신을 바칠 정도로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 구원의 실패는 견디기 어려운 슬픔을 낳는다.
나 또한 그대만큼이나 외로움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사실은 나와 당신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그러나 모든 외로운 인간이 서로를 채워줄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경험하는 사랑의 실패는 외로움을 제거하는 이상적인 사랑이 있을 수 없음을 우리에게 계속해서 보여주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제거되지 않는 이 외로움을 나와 당신, 각자 어떻게든 감당해야만 한다.
외로움은 관계욕구가 충족되지 못하여 발생하는 감정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관계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슬픔의 일종인 감정을 느낀다. 외로움에 떠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기를 기대하는가, 그것이 외로움의 정도를 결정한다.
나는 당신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할 것인가? 나는 당신이 내 구원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내 외로움을 제거해 줄, 나를 완전히 충족시켜 줄 당신은 애초에 없다. 다만 나는 당신 또한 외로움을 자신만의 것으로 감당하고, 그래서 나의 외로움을 발견할 시선을 가지기를 기대한다. 당신이 나에게 의미로 가득 찬 시선을 보내기를 기대한다. 당신이 타인의 외로움을 나만의 외로움처럼 느끼기를 나는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