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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미 Feb 18. 2024

워킹맘이 되어도 사회생활은 어려워 2

그때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아이 낮잠시간에 맞춰 꿀잠을 자고 있었다.


‘지~잉’ 하는 진동소리에 잠에서 깼다.

’ 아기 자는데 누가 전화하는 거야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전화기를 보니 3년 전 같이 일했던 선배였다


조용히 일어나 방에서 나가 전화를 받았다.

가벼운 안부인사를 한 후 선배는 나에게

“너 이번에 부서이동 신청했더라! 나도 거기 지원했는데 “

“선배도요? 같은 팀 되면 좋겠네요”

“안 그래도 너랑 같이 팀을 짜고 싶어서 연락했어..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팀장이 너랑 같이하고 싶어 하지 않다고.. 3년 전 그 일 때문에”

“아직도 그 일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나 보네요 하하”


선배와 통화를 마친 후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3년 전인데 아직도?”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3년 전 그 사건


3년 전 나는 큰 목표를 가지고 부서이동을 하였다. 그 부서 업무가 난이도가 있기에 힘들 것이라는 각오도 단단히 하고 갔다.


처음 출근 한 날 전임자의 업무를 이어받게 되었고 업무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바로 깨달았다.

‘큰일이다 잘 못 왔다 어쩌지?’


전임자는 자신의 부서이동을 미리 알고 약 한 달 동안 업무를 쌓아 놓고 있었고 난 그 업무를 고스란히 떠맡게 된 것이다.


팀장은 갑질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출퇴근시간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 사소한 업무를 진행하는 것도 자신의 허락이 없으면 할 수 없게 하였다.

다른 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세워 두고 소리를 지르는 일은 일상이었다.

자신이 써야 하는 업무 보고서도 나에게 쓰도록 지시했고 팀에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여러 업무마저 나에게 하도록 지시하였다.


나의 멘토로 지정된 선배는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업무가 더 복잡해지는 상황이 자주 일어났다.

그래서인지 멘토선배는 나에게 업무를 알려주는 것을 꺼려했다.


업무에 있어서는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기에 업무 미숙이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나는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재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자신감을 잃어 갔으며 계속되는 팀장의 갑질에 자존감 마저 바닥을 쳤다.


처음 가 본 그곳


난 어떻게든 그곳에서 버티고 싶었다.

다른 팀 선배에게 업무를 물어보기도 하고 마음속으로 ‘할 수 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마인드 컨트롤도 했다.


팀장의 잔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이어폰을 착용하고 업무를 하기도 했다.

팀장이 자신의 업무를 하라고 지시하면 대충 해서 넘겨버리기도 했다.


전임자의 업무들을 처리하기 위해 밤낮으로 분석하고 또 분석하며 고군분투도 해봤다.


틈틈이 상담도 받으러 다니며 멘탈을 잡으려고 노력도 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좋아지지 않았다.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업무를 하지 않는 팀장의 만행은 이미 위에 소문이 났고 팀장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


그런데 그 팀장은 내가 힘들다고 위에 말해서 자신이 좌천된 것이라며 소문을 내시 시작 했고 순식간에 나는 “팀장을 몰아내는 무서운 직원”으로 낙인찍혀버렸다.


그렇게 나는 번아웃과 우울증을 겪게 되었다.


부서에서 나가야 내가 살 것 같았다.

사무실 근처만 가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인사 담당자에게 상황 설명을 하니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진단서를 받아오라고 하였다.


난 결국 그곳을 가게 되었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서 진료를 기다리며 그곳에 오는 사람들을 봤다. 다들 평범해 보였다.


간단한 설문 조사를 한 후 진료를 받게 되었다.


의사는 간단한 질문을 하였는데 나는 또 울음이 터졌다.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는 자꾸 눈물이 나요 제 자신이 통제가 되지 않아요”

“우울증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렇다. 나는 우울증이었다. 결국 나는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것도 위험단계의 우울증 진단이었다.


진단서와 약을 받아 들고 한 시간 동안 걸어 집에 도착했다.


걸으면서도 울었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내가 싫었다.

정신과에 간 내가 싫었다.

인생을 살면서 포기라는 것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는 것이 싫었다.

그냥 다 싫었다.


새로운 시작


부서이동을 한 후 한동안 실어증 환자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나를 두고 수근 거리는 사람들의 눈빛을 애써 외면했다.


다행히 새로운 부서에서 좋은 동료들을 만나 나는 점점 좋아졌고 임신을 하는 행복한 순간도 경험하였다.


그렇게 출산과 육아휴직을  한 후 복직을 하였다.


그리고 그때의 나의 선택이 현재의 나에게 족쇄가 되어버렸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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