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언젠가 인간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믿음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대화형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기대감은 커졌고, 눈부신 발전 속도는 그 기대를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아직은 인간의 일을 대신할 만큼 정교하지 않지만, 머지않아 직업을 잃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러한 걱정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실제로 AI 덕분에 글쓰기가 훨씬 편해졌다는 사람이 많다. 사무직에서는 AI를 한 번쯤 활용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마케팅 업계에서는 원고 작가를 대체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어쩌면 ‘작가’라는 직업이 AI의 첫 번째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 창작성을 무기로 삼는 소설가나 시인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겠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작가는 위협을 피하기 어렵다.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인간의 감성까지 흉내 내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AI를 써본 사람들 중에는 “허풍”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비문투성이의 글을 뱉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설령 오류가 없고 문장이 매끄럽더라도, ‘AI가 쓴 티’가 나는 순간 완성도는 떨어진다. 그래서 호평보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례가 더 자주 나온다.
분명 AI는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위협이 될지 묻는다면, 단호히 “아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애초에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 자체가 본질을 벗어난 질문이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의 일을 빼앗으려는 존재가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기 위해 등장했다. 인간은 이메일 몇 백 통만 뒤져도 지치지만, AI는 수천억 개의 문장에서 필요한 자료를 즉시 찾아낸다. 본질은 생산이 아니라 출력, 곧 인터페이스다.
좋은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있어야 스피커도 성능을 발휘하듯, AI는 인간이 더 나은 생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음악가가 수억 원을 인터페이스에 투자한다 해도 그것이 스피커를 대신할 수는 없다. 출력과 변환은 애초에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본질은 생산이다. 정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변환하는 것이 핵심이며, 단순히 출력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AI가 대체하는 것은 반복적이고 지루한 노동일 뿐, 직업의 본질을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물론 어떤 직업에도 생산과 단순노동이 섞여 있기에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모든 직업의 주 목적이 생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완전한 대체’는 어렵다.
그럼에도 “AI가 대체할 직업은 분명 존재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운전기사다.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직접 운전하는 일은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때도 차량에 승객만 태울 수 있을까? 관리자의 역할은 반드시 남을 것이다. AI 발전으로 단순노동이 사라진다 해도 직업은 새로운 역할로 변할 뿐, 산업 전체가 무너질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 과정에서 인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반드시 등장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질의 생산을 위해서는 양질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맥락에서 AI는 앞으로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일을 통째로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도구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AI 활용 능력을 키워야 한다.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활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AI를 마음껏 시험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삼성의 사례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교훈을 준다. 삼성은 시스템 LSI,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에서 퀄컴이나 애플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발 비용은 막대하고, 경쟁력이 약해지면 부문 전체가 적자로 전환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삼성은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꾸준히 자체 AP를 탑재해왔다. 특히 내수용 제품에만 자체 AP를 적용해 국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비판 속에서도 삼성은 개발을 멈추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한 수익이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확장을 위한 장기 전략이기 때문이다. AP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냉장고, 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가전에 활용될 수 있어 활용도가 크다. 지금 당장은 만족스럽지 않아도, 미래의 생산 효율을 위해 삼성은 한국 시장이라는 무대를 붙잡고 투자한다.
삼성이 AP를 꾸준히 개발하듯, AI 역시 지금은 부족해 보여도 꾸준한 사용과 학습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지금 당장 AI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나 역시 실망을 느끼지만 사용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나만의 프로젝트를 통해 의도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기회를 만든다. 수요가 없어도 생산을 멈추지 않는 삼성처럼, 나는 더 나은 활용법을 찾기 위해 꾸준히 실험한다. 개인이 만든 프로젝트는 수익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기에 삼성 사례를 드는 건 다소 희망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약한 기술을 다듬어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AI 활용에도 분명 노하우가 쌓인다.
현재 AI는 무궁한 가능성을 품었지만 아직 인간의 질문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사용자 역시 AI를 이해하고 꾸준히 실험해야 한다. AI 활용은 숙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대가 필요하다. 지금은 누가 먼저 무대를 만들고, 누가 먼저 테스트를 시작하는가의 경쟁 시기다. AI 자체의 발전만큼 중요한 것은 AI를 다루는 인간의 성장이다. 결과물이 부족하더라도 세상에 내놓고 피드백을 받으며 무대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실험하고 질문하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AI 시대를 헤쳐 나갈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