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그린 Dec 08. 2022

나의 영화 동반자에게

설모에게.


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어. 우리는 여태껏 몇 편의 영화를 함께 보았을까.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긴데. 그 순간을 남길 수 있을까.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기록으로 말이야. 편지를 써야겠다고 다짐했어. 그러니 새삼스레 인사를 건넬게. 안녕.


올해 우리는 부쩍 가까워졌지. 너는 대학을 졸업했고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어. 아침에 일어나 뭘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면 자전거를 타고 너의 집으로 갔어. 거기서는 가만히 있어도 우울해지지 않았어. 너는 요리를 하고 나는 설거지를 하고, 이따금 영화 예고편을 찾아보며 한껏 기대하고, 멍하니 각자 생각에 잠겨 있다가 또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밤이 되었어. 하루가 금방 갔지.


그렇게 시간을 보낸 날이면 나는 며칠이고 너를 찾아가지 않았어. 너의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하고 싶었거든. 나는 너에게 적당하고 싶었어. 너무 끈적거리지 않는, 그렇다고 너무 건조하지도 않는 그런 사이 말이야. 너를 만나며 건강한 우정에 대해 알아가고 있어.


에 대해 쓰고 싶었어. 앞으로 내가 보낼 편지는 영화에 대한 잔상을 기록하는 것임과 동시에, '우리'라는 존재에 대한 고찰을 기록하는 것일 거야. 편지를 쓰고 읽는 행위가 즐거웠으면 좋겠다. 잘 부탁해.



추신 -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프란시스 하>야.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친구 소피와 살고 있는 27살 뉴요커 프란시스의 이야기야. 영화가 어땠는지 꼭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 이만 줄일게. 좋은 저녁 보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