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쓰기
어렸을 때도 그랬고, 장성해서도 그랬다.
부모님의 말씀을 크게 거역지 않고 살아온 꽤 괜찮은 삶이라고.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 했고, 어긋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 처지와 능력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잘해보려 애썼다.
'이 정도면 부모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잘 살아온 거겠지'하며
나 스스로에게 꽤나 후한 점수를 주었다.
최근에 와서 생각한 건데
부모님이 설정해 둔 기준에 내가 도달한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픈 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때마다 나의 환경에 맞춰 설정해 주신 것이 아닌가 하는.
부모님께서 일러주신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했을 때에도
부모님께서 차마 생각지도 못한 혹은 못 미더운 선택지를 골랐을 때에도
부모님은 조용히 날 지지하고 격려하셨다.
무언가를 이뤄낸 날보다 이뤄내지 못한 날이 수북했지만
이러쿵저러쿵 논하지 않으셨다.
그러한 한없는 믿음들이 모여
세상에 나아가 부딪히고 깨지며 배우고 깨달아 여차저차 여기까지 왔다.
곧 부모가 된다.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내 부모님이 나에게 하셨듯 나도 내 아이에게 한없는 믿음을 줄 수 있을지
내가 정한 기준에 아이를 도달시키려 닦달하기보다 아이의 능력과 처지를 헤아려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선택을 지지해 줄 수 있을지를 말이다.
과연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자문하고 현답을 얻기에는 여름밤이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