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태어난 지 59일째다.
딸은 배가 부르면 쉽게 잠이 들긴 하지만, 수면시간은 아직 3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밤이고 새벽이고 깨어나면 칭얼대다가 울기 시작한다.
아내는 오전으로 오후로 딸을 돌보기 때문에 밤이 되면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든다. 심야 시간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군 시절 상황실에서 후반야 당직 근무를 서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는 딸을 달래고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다시 재우고 젖병을 세척해 소독기에 넣고 나면 1시간에서 1시간 반이 훌쩍 지나간다. 이젠 자다가 일어나 비몽사몽 간이어도 나름 척척 그 일을 해낸다.
딸이 태어난 이후로 아내와 나의 일상 시계는 온전히 그리고 완벽히 육아에 맞춰져 있다. 맞춰져 있기보다는 묶여버렸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미래를 위해 내 나름대로 계획하고 하고자 했던 일들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틀어지고 중단되고 꺾였지만, 가끔 방긋방긋 웃는 딸의 얼굴을 보면 잠시 잊을 수 있다. 맘 속에 자리한 고민과 걱정을 완전히 지울 순 없지만 말이다.
계해월이다. 수(水)의 기운이 매우 강해서 기분이 많이 가라앉고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이번 겨울은 정말이지 차분하게 보내고 싶은 맘이 간절하다. 가정과 가족이라는 나의 동굴 안에서 이번 겨울은 별 일없이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내 상태를 기록하는 이유는 자기 위안 때문이다. 이렇게 글로 남겨두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여. 두서없다. 잠이 온다. 그만 써야겠다. 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