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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Dec 27. 2023

이선균

배우 이선균 씨가 세상을 떠났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삶을 놓아버렸다.


대중 파급력이 큰 스타로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그가 보여 준 일련의 행보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안타까운 건 언젠가부터 무죄 추정의 원칙이 무시되고 불법으로 규정된 피의사실공표가 버젓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은 내사 시점부터 실명을 거론하며 혐의 내용을 흘렸고, 마치 이 씨가 실제로 마약을 투약한 마약사범인 양 만들었다. 이때다 싶은 사이버레커와 커뮤니티는 이를 확대, 왜곡, 재생산했다.


이 씨의 마약 투약 여부 확인을 위한 검사에서 수 차례 음성이 뜨자 이들은 ‘불륜’, ‘성매매’, ‘마약파티’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통화 녹취록까지 틀어대며 여론몰이를 해댔다. 이 씨와 그 가족의 존엄은 하치장에 처박혔다.


비공개 소환 조사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직접 증거가 없었고,  혐의가 드러나기 전임에도 다수 언론과 여론은 한 사람을 미친개처럼 물어뜯었다. 사생활과 피의자 권리는 보호받지 못했다.


실오라기 하나 없이 발가 벗겨진 채 언론이 기소한 여론법정에 끌려와 망신을 당한 이 씨가 감당해야 했던 치욕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사람과 사회를 살리고자 마약을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마약을 이유로 사람을 죽인 꼴이 됐다. 내가 이 씨였다면, 그 벼랑 끝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마 같았을 것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조사 후 불법행위가 명확해지면 죄에 대해 벌을 받고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면 된다. 그뿐이다.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건 한 사람이 분명 마약을 투약했고, 유죄로 판명 나야만 한다는 단정적 관점에서 시작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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