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사장이 나갔다.
회사운영에 직접 참여할 의사를 밝힌 신임 대표이사가 이사회를 통해 선임됐고, 이 과정에서 사장이 자연스럽게 밀려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임 대표이사는 회사 주식의 거의 대부분을 소유한 자다. 사장 또한 그의 경영방침과 비전에 동의하고 따라줘야 하는 입장이다.
두 달 전쯤 사내 직원 소통방에 새로운 대표이사가 선임돼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말이 올라온 후부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회사를 떠난 사장은 나를 비롯한 선배들이 수년간을 투쟁하며, 축출하려던 인물이다.
그는 온갖 불법행위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고, 회사의 위상을 추락시킨 자다.
긴 시간 동안 나와 선배들은 사장에게 불법행위 중단과 함께 직에 걸맞은 상식적이고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생살여탈권을 쥔 사장은 추종세력을 동원해 우리를 압박했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인간으로 매도했다. 또 낙인을 찍어 고립시켰다. 일을 하지 못하도록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숱한 고민과 불면의 밤을 보낸 나와 선배들은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수년간의 싸움에도 사장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수사기관과 사법기관 또한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추종세력은 노골적으로 사장 편에 서서 그를 찬양하고 비호했다.
그렇게 시간이 갔다. 선배들은 다른 뜻을 세우고 회사를 떠났다.
사장은 의의로 싱겁게 나갔다. ‘이제라도..‘하며 맘의 위안을 삼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정리되는 모습을 보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이렇게 될 거였다면…’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에 화도 나고 갑갑함을 느끼기도 한다.
능력 있고 믿음직스러운 선배들은 이제 여기 없다.
나는 홀로 여기 남았다.
이제는 월급날만 기다리는 직장인이자 가장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내가 여기서 무엇을 더 배우고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음이 부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