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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Jun 06. 2023

함께해 줄 이

언젠가 수개월에 걸쳐 우리가 힘겹게 겪어냈던 이야기를 한 곳에 풀어 정리한 시간이 있었다.

한 언론사의 구태와 부패, 반칙과 모순에 대항해 온몸으로 저항했던 투쟁의 기록이었다.  


추악하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다시 끄집어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함께했던 몇몇 동료들은 등을 돌리고 멀어져 갔다.


많은 이야기가 치열하게 오가고 그보다 더 많은 수정과 퇴고를 거친 후에 우리의 이야기가 나왔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가 공유되고 읽히길 바랐다.


'함께해 줄 이'가 필요했다.

우리 이야기에 공감해 주고 세상을 향해 함께 외쳐줄 이 말이다.


함세웅 아우구스티노. 로마 가톨릭 신부이자 과거 군사독재에 저항한 민주화 운동의 거두이다.

1970년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와 연대해 언론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운동을 벌였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성서를 '아름다운 미래가 열린 고난의 역사'로 규정하면서 고난의 이야기가 현재를 초월해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주제가 된다고 말했다.


나는 함 신부가 가진 이러한 사상이 우리가 이 기록을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하면서 가졌던 생각들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함께해 주겠냐고 청했다.

며칠 뒤 그는 흔쾌히 글을 적어 보냈다.


'말과 글이 병들고 썩은 공동체는 공정과 정의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공정과 정의는 본래 바름과 정직에 그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이 바름과 정직을 이끄는 도구가 바로 언론입니다. 어려운 처지 속에서도 언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애쓰는 여러분의 투신에 공감합니다.'


                                                    <사진-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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