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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Jun 07. 2023

새벽 비행기 로망스

새벽비행기에 대한 로망이 있다.

해를 보러 동해로 달려가는 낭만 가득한 새벽 열차도 아니고 새벽 비행기라니.


현란한 도시의 불빛들이 잠잠해질 때.

BMNT(해상박명초)도 아직 이른 캄캄한 그 시간. 바로 그때가 공항으로 출발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5년 전쯤인가? 인천공항을 출발, 카타르를 경유해 스위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바쁜 일정으로 곤죽이 된 상태에서 부랴부랴 짐을 챙겨 출발한 여행이었다. 


내가 탑승할 비행기는 자정을 훌쩍 넘겨 출발하는 새벽 비행기였다. 

이전까지는 주로 오전 비행기나 오후 비행기를 이용했었다. 처음 타보는 새벽 비행기였다. 


캄캄한 하늘과 황색 계열의 가로등 불빛. 이따금씩 빨간 불을 깜빡이며 날아가는 비행기.

누굴 데리러 가는 건지, 어디로 떠나려는지 공항으로 향하는 자동차들. 창에 비치는 나른한 나의 모습까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뚫고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몽환적이면서도 특별한 감성들을 나에게 선사했다. 


그렇게 분주하던 공항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함으로 바뀐다. 

새벽 공항의 풍경은 특유의 호젓함과 함께 떠나는 이의 설렘을 증폭시킨다.


보딩 브리지를 지나 비행기에 탑승했다. 창가자리였다. 

LUCKY. 새벽 비행기를 타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마지막 한 가지는 창가자리다.


해외여행이 잦은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을 촌스럽거나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여행의 절반은 비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놓치기 힘든 기회다.


비행기는 제트엔진의 굉음을 내뿜으며 활주로를 떠나 하늘에 올랐다. 

달, 별, 하늘, 우주. 쉽게 보기 힘든 천문학적인 것들이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난 한참 동안 넋을 놓고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하늘 위에서 보는 그것들은 그때 그 여행이 나에게 줬던 설렘의 반 이상을 충족시켜 줬다.


이제는 이코노미 좌석으로 해외여행을 다닌 다는 게 쉽지 않은 나이가 됐지만

새벽 비행기가 줬던 감성을 잊지 않고 있다. 


또 새벽 비행기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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