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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May 11. 2024

후두둑 빗소리, 후루룩 라면 브런치

비 오는 날 라면엔(&) 브런치

비 오는 날 라면은 진리. 어디에 갖다 붙여도 좋을 라면인건가!

후두둑 빗소리를 들으니 빗소리에 감성 말아 라면도 후루룩 먹고 싶은 날씨다. 감성하면 또 브런치. 라면에 브런치를 말아먹기로 했다. 아침부터 흐린 날씨에 아이들이 깰세라 김 들어간 유부초밥을 말아놓고, 살금살금 나왔다.


누군가 사춘기 아들을 '하숙생'이라고 불렀다. 그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폭풍 공감을 하며 깊은 숨을 내 쉬었었던 적이 있다. 나 또한 쳐다보면 속 터지는 하숙생을 모시고 사는지라 집을 나와야 숨 쉴만하다. 주말에는 그래도 좀 챙겨줘야 할 거 같아서 붙어있어 봤지만 역시나 서로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늦게 눈뜨자마자 이불속에서 폰을 만지작거리며 헤헤거리다가 어슬렁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여는 하이에나. 아침 설거지는 이미 쌓여있지만 하이에나에게 다시 새로운 아침을 차려주어야 하는 것만으로 부아가 치민다.

'먹을 때 같이 먹지도 않고, 이 녀석!'

한창 클 때라 그대로 굶기면 엄마의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채, 한 상 차려서 늦은 아침을 차린다.

눈을 흘기다가도 맛있게 먹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바보같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엄마가 뭔지, 원!'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하루 종일 컴퓨터 주변을 맴돌며 마치 PC방에 온 듯, 능숙하게 냉장고를 열고 간식거리를 꺼내어 자판기 옆에서 자리를 잡고 먹는다.

'제발, 음식은 식탁에서 먹어!'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 따로 행동 따로

"네!"

여기저기 몸속에서 부글거리며 연기가 피어오르고 속 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눈 비비고 어쩌다 들어온 눈썹이 눈에 가싯처럼 눈물이 나고 따갑고 짜증이 나듯,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눈물 한 줌에 빠진 눈썹 하나. 이 눔의 눈썹.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별 탈이 없는데 자꾸만 눈을 비비다가 또 사달이 나고 만다.

'앗, 따거. 아웅 짜증 나! 왜 이리 안 빠져.'


오늘 아침, 침대에 누워서 편히 쉴까 하다가 눈앞에 펼쳐질 그림을 떠올리고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마침 잡은 약속도 있고. 잘됐다. 하루 종일 쉬는 날에도 편치 못할 맘보다 낫겠다. 몸을 일으켜 나온다.


깨우지 않기로 했다. 일어나면 식탁에 차려진 유부초밥을 브런치로 먹을 것이다. 그림이 그려진다.

'어? 아침부터 엄마는 어디 가셨지?'

아이들의 의문은 뒤로 하고, '앗싸! 엄마 나가셨다. 오늘은 자유!'를 외칠 아이들을 상상하며 얄밉지만 다행히도 직접 보지 않으니 덜 속상하다.

'나도 브런치 하러 간다. 이 눔들!'


카페에서 기다리던 J작가님이 등장하고 나는 다 잊은 듯,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삼매경. 지금의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 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요즘 읽는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를 하며 우리가 지금 성장하고 있는 과정을 나눈다.



쉬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글을 쓰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시간이 멈춰있는 것만 같다. 창밖으로 푸른 나무숲이 보이고 곧 쏟아질 비에 어둑해진 하늘은 운치를 더한다.

오후 2시가 넘도록 아이들은 이미 일어났겠지만 묘연한 엄마의 행방에도 울리지 않는 전화. 어쩌면 아이들은 내게 전화하기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전화하면 '엄마'를 찾는 줄 착각하고 엄마가 빨리 들어오실까 봐.

나의 섣부른 판단일까? 아니면 나도 이런 혼자만의 시간이 좋은 것인 걸까? 둘 다.


나도 점점 이기적인 엄마가 되어간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준답시고, 나의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니까. J작가님이 떠나자마자 비가 세차게 내린다. 슬슬 배도 고프고, 집으로 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서 조금 더 남아있기로 했다.



배고픔은 라면이 해결해 주었고, 창밖으로 비 오는 풍경이 브런치 창으로 나를 데려왔다. 라면을 먹다가 각도를 여기저기 바꿔 찍었다. 배터리가 없어 노트북에 연결된 충전기줄에 휴대폰이 애매하게 걸려 만족스럽게 찍지 못한 채 사진 찍기는 그만두었다.

이대로 그저 좋다. 빗소리. 얇은 철재 천장으로 부딪히는 빗소리. 음악과 섞여서 공간이 꽉 찬다. 허전했던 허기졌던 내 마음도 부드럽게 뭔가로 들어찬다.


빗소리에 감성 뿌려 라면 먹고 브런치에 담아본다. '비 오는 날엔 브런치라면' 그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느끼며.


슬슬 집으로 들어가 엄마 노릇을 해야겠다. 아이들 뱃속이 꼬르륵거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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