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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점[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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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오늘의 글감 : 글쓰기에 관하여


[시작점] 그림책 한 권을 만나게 되었다. 어느 선생님이 그림 그리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소개해 준 책이었는데 굉장히 인상 싶었다. 그림 속의 점은 어떤 것들의 모든 시작점이 되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새의 눈, 문의 손잡이, 식물의 씨앗, 성냥개비가 되어 불을 붙이는 등 모든 것들이 일어나는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첫 장면에서 문고리를 열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처럼 모든 일에는 처음이 존재한다.


그토록 운동을 싫어하던 내가 운동화 끈을 묶고 집을 나서는 순간. 문을 열고 집을 나서면 나는 어느새 체육공원을 달리고 있다. 귀찮고 힘든 순간에도 샤워만 하고 오자고 나가는 순간, 헬스장에서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복근에 힘을 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는 것처럼 그 모든 것의 열쇠는 움직임의 시작, 마음먹음이다.


글을 쓰고 싶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꾸준히 책을 읽고 늘 삶 속에서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나는 꽤 오래 약속을 지키며 쓰고, 또 썼다. 어딘가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는지 계절이 바뀌는 동안 쓰던 사람은 안 쓰던 사람으로 바뀌고 말았다.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마음을 먹고 노트북을 켜고 커다란 점 하나인 자판 하나를 톡 누른다.

'ㅅ' 나의 시작점이 된 시옷!


한동안 멈춘 채 백지로만 가득한 나의 브런치 창에 다다다다 점을 하나씩 찍어본다. 한 문장이라도 쓰고 점을 찍으면 그것이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이면 글이 된다. 무엇이든 하다 보면 하지 않는 것보다 무언가가 남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를 들어와 로그인을 하고 제목을 쓴다. 끄적여보자.


다정한 여유 작가님이 시작하신 '글쓰기는 기세다' 메거진을 만나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열심히도 끄적이던 그 시간들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뭐 했나 떠올려보니 딱히 뭔가를 한 것도 없다. 개인 블로그나 인스타에 짤막하게 남기는 글, 5년 일기장에 끄적이는 글 말고는 긴 호흡으로 하나의 주제로 글을 써 내려간 지가 한참이 지나고 말았다.


다시 쓰고 싶어졌다, 그게 무엇이든. 그전에는 발행 버튼을 누르지 않더라도 서랍장에 차곡차곡 쌓아두기라도 했었는데 요즘엔 그런 글도 쓰지 않았던 모양이다. 손을 놓고 있으니 오히려 글쓰기가 어렵게만 느껴지고, 글쓰기와 나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는 중이었다.


늘 쓰고 싶었던 내 마음속의 불씨를 살려주신 우리 작가님들에게 진심을 감사한 마음을 전해본다. 글쓰기는 그저 삶이 되어야 한다. 기록하며 나를 표현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나를 성장시키는 그 이상의 것임을 다시 떠올린다.


시작의 끝엔 또 다른 점이 기다릴 것이다. 점점 쌓이게 될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내 안에 무엇을 담아내고 싶은지. 아주 사소하고도 하찮은 것들 속에서도 귀한 것들을 건져 올리는 순간이 될 수 있길 기대하면서.


시작은 거창하지 않게 하기로 해놓고. 또 이런다. 일단 그냥 써보자. 시작했으니, 매일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나의 글쓰기 시작점을 만들어 주신 작가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의 글쓰기 끝!



main photo by 예스24 그림책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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