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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즘작가 Aug 19. 2023

[팝믈리에 ep.1]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다면

episode.1 "상실"

Part.1 나의 끄적임 (준비물: 손수건 또는 휴지)


어제 문득 예전에 들었던 곡들도 다시 듣고 싶어서 작년에 만들어 둔 팝송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봤다.

몇 곡 지나지 않아 내가 봉인해뒀던 곡이 나왔을 때, 나는 좀 후회한 것 같다.

“Death Bed - Powfu” 를 다시 듣게 될 줄이야.


사실 굉장히 유명한 곡인데, 이 곡 가사를 한창 해석하다가 언젠가 이런 상황이 오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그래서 들을 때마다 상황이 그려져 몇 달 동안 듣지 않았고,

최근에 듣는 플레이리스트에서 빼두었던 곡이다.


망할. 그 때는 그냥 그렇게 곡 자체를 느꼈을 뿐인데, 지금은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 상태였다.

오랜만에 곡을 듣자마자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라서 초큼 울어버렸다.

초큼이 아니라 사실 좀 울었을지도 ㅋㅋㅋ


친구들 말고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1년 새 감정이 많이 메말라 있었고, 할머니가 위독해지셨을 때, 그리고 장례식에 가는 길에 오열한 것을 제외하고는 정말 1년도 넘게 울어본 적이 없다.


어릴 때,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2년 정도는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를 키워주셨다.

그 때, 등에 업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기억도 난다.

올해 초까지도 1년에 많아야 두 번 찾아뵙는 내게, 매번 돈도 없으시면서 어떻게든 주머니에 몇 만원씩 용돈을 챙겨주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할머니는 늘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하셨다.

통화를 할 때에도, 적당히 몇 마디 인사만 건네고 끊곤 하셨다.


시간을 뺏지 않으려고 그러셨을 것이고, 우리가 길게 통화하는 것을 싫어할까봐 할머니 딴에는 늘 배려하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생전 살아계셨을 때는 잘 찾지도 않았고, 다시 돌아가면 얼마나 더 효도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다.

내가 결혼하는 걸 꼭 보고 싶어 하셨는데.


오열하고 있는 내 스스로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강인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상실을 많이 경험해본 적이 없는 철부지인 지도 모르겠다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항상 그것에 부딪히고 이겨내던  내가 유일하게 회피하는 생각이 있다면, 그것은 ‘내 가족이나 주변 누군가가 죽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상상이다.


글쎄, 모르겠다. 상상하지 말아야지.

문득 생각해보니 슬프면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무리 봐도,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큰 상실을 아직 많이 겪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제 예정된 순간들이 그만큼 더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래도 내가 많이 단단해진 지금은 다행히도 그런 상황들을 맞닥뜨렸을 때, 아픔에서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약한 존재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도, 초자연적인 힘들과 상황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주변에 혹시라도 위급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가 있거나 최근에 큰 상실을 경험했다면 이 곡이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하겠지만, 어쩌면 위로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괜찮아. 다 괜찮아 질거야.”가 아닌

“I’m bad, too”의 방식도 있으니.

(이 글의 흐름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서 내용에 메인으로 넣지는 않았지만, 궁금하다면

DPR LIVE + 화사의 “I’m bad, too”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시작해볼까.




Part.2 Song List


시작해볼까.

상실의 아픔을 다룬 음악을.

오늘 다룰 곡은 총 5곡이다.

앞의 두 곡은 좀 다뤄보고, 나머지 세 곡은 아주 간단한 내용 요약만으로 마치려 한다.

오늘의 준비물은 눈물 닦이용 티슈 3장 정도.


“Eyes closed - Ed Sheeran”
“Death bed - Powfu”
“See you again - Wiz Khalifa(feat. 찰푸)”
“Ghost - Justin Bieber”
“Memories - Maroon 5”




Part.3 "Eyes Closed - Ed Sheeran"

발매 당일,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스트리밍으로 듣고 너무 좋았던 나머지, 프로필 뮤직으로 올렸던 곡이다.

반복재생을 하며 가사를 해석할수록 점점 안타까웠던 이 노래.


올해 5월, 에드 시런의 다섯 번째 앨범이자, 사칙연산 프로젝트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앨범 “- (substract)”이 발매되었다.

이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인 “Eyes closed”는 지난해(2022) 떠난 절친 Jamal Edwards를 떠올리며 쓴 곡이다.

이 곡은 말이지, 가사와 뮤직비디오 모두에서 그냥 에드 시런의 마음이 느껴졌다.

어떤 감정으로 곡을 썼는지, 뭘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지.


깊은 상실을 경험한 에드 시런의 감정선을, 노력하지 않아도 따라갈 수 있었다.

최근 표절 시비에서 승소했지만 그와 관련해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던 에드 시런.

심지어 임신한 아내가 종양이 생기기까지 해서 정말 상상할 수 없는 1년을 겪어온 사람의 곡이다.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겪었던 에드 시런.

가사 일부의 해석을 보며 음미해보자.

당신은 지금 이 곡을 틀며 글을 읽어야 한다.


해석 


I know it's a bad idea
But how can I help myself
Been inside for most this year
And I thought a few drinks they might help
이게 참 좋지 않은 생각이었단 걸 알아, 그런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올해는 계속 집에 틀어박혀있었고
술을 좀 마시는게 도움이 될 줄 알았어
It's been a while my dear
Dealing with the cards life dealt
I'm still holding back these tears
While my friends are somewhere else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
해치워야 할 일들이 있었거든
난 아직도 눈물을 참고 간직하고 있었어
친구들이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동안 말이야
I pictured this year a little bit different when it hit February
I step in the bar, it hit me so hard
Oh how can it be this heavy?
Every song reminds me you're gone
2월에 생각했을 때는 올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바에 들어오니 다시 강하게 떠오르네
어째 이리도 힘들 수 있지
모든 노래가 너가 떠났음을 상기시켜줘
And I feel the lump form in my throat
'Coz I'm here alone
목이 메이는 느낌이야
난 이제 혼자잖아
Just dancing with my eyes closed
'Coz everywhere I look I still see you
Time is moving so slow
And I don't know what else that I can do
So I'll keep dancing with my eyes closed
눈을 감고 춤을 춰
어디를 봐도 네가 아직 보여서
시간이 드럽게 안 간다
내가 더 해볼 수 있는 게 있을까? 모르겠어
그래서 난 눈감고 계속 춤을 춰


2절에서도

The colors are more than blue 라며

(blue는 색깔이기도 하지만 우울함을 뜻함. 일부러 두 가지 의미를 모두 쓴 것)

자신의 기분이 단순히 우울한 정도를 넘어섰다고 표현한다.


Everything changes, nothing’s the same

Except the truth is now you’re gone

And life just goes on

모든게 변해가는데, 네가 떠났다는 사실만 그대로다,

그런데도 인생은 그냥 흘러가고 있다며 슬퍼한다.




Part.4 "Death Bed - Powfu"

하.. 이 곡은 누군가의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병상에서 남은 마지막 하루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봉인해두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곡의 표현이 참 소름 돋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목소리와 여자의 목소리로 따로 구분해서 표현한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곡에서 여자는 죽음을 앞둔 남자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밑에 해석을 달아주겠지만, 여튼 남자는 자신이 죽으면 기다리지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게 자신이 아니어서 아쉽다는 이야기만 덧붙일 뿐, 덤덤히 받아들인다.


여자는 “너무 오래 깨어있지마. 그렇다고 잠들지도 마.”라는 말을 한다.

이 가사가 슬픈 이유는, 그 상황에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오래 깨어있으면 환자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배려하는 말이고, 그럼에도 혹시나 갑자기 세상을 떠날까봐 잠들지 말라고 덧붙인 것이다.


더 쓰기엔 너무 슬프니까 그냥 가사 해석을 적어주고 마무리하려 한다.



(여자파트)

Don't stay awake for too long, don't go to bed
너무 오래 깨어있지 마, 그렇다고 잠들지도 마
I'll make a cup of coffee for your head
내가 잠 깰 수 있게 커피 한 잔 타 줄게
It'll get you up and going out of bed
이거 마시면 일어날 수 있을 거야



(남자파트)

Yeah, I don't wanna fall asleep, I don't wanna pass away
나는 잠들고 싶지도 않고, 죽고 싶지도 않아
I been thinking of our future 'cause I'll never see those days
내가 직접 못 볼 것 같아서, 상상으로라도 우리 미래를 떠올려봤어
I don't know why this has happened, but I probably deserve it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당할 만 했나 보지 뭐
I tried to do my best, but you know that I'm not perfect
최선을 다해봤지만, 뭐 알다시피 내가 완벽하지 않잖아..?
I been praying for forgiveness, you've been praying for my health
신에게 용서를 구했고, 넌 내 건강을 위해 기도했지
When I leave this earth, hopin' you'll find someone else
내가 세상을 떠나면, 너가 다른 사람을 만나길 바래
'Cause yeah, we still young, there's so much we haven't done
우린 아직 어리고, 해보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Getting married, start a family, watch your husband with his son
결혼해서 가족을 만들고, 네 남편과 아들을 보겠지
I wish it could be me, but I won't make it out this bed
그게 나였으면 좋았겠지만, 난 이제 병상에서 나올 수도 없어
I hope I go to heaven so I see you once again
내가 천국에 가서 너를 한 번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My life was kinda short, but I got so many blessings
삶이 좀 짧긴 했는데, 그래도 난 참 복 받은 놈이야
Happy you were mine, it sucks that it's all ending
네가 내꺼라서 행복했고, 이제 끝이라 아쉽네


(다시 여자파트)

Don't stay awake for too long, don't go to bed
너무 오래 깨어있지 마, 그렇다고 잠들지도 마
I'll make a cup of coffee for your head
내가 잠 깰 수 있게 커피 한 잔 타 줄게
It'll get you up and going out of bed
이거 마시면 일어날 수 있을 거야



이 곡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며, 정말 이 곡과 똑같은 감성과 내용을 다뤘던 웹툰을 추천하고 싶다.

웹툰 제목은 “라스트 서브미션”이다.

이 웹툰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자가 주짓수 도장을 다니며 자신의 남은 시간을 알면서도 사랑해주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다룬다.

시간 되면 한 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Part.5 나머지 곡들


저스틴 비버의 “Ghost”

이 곡도 역시 상실의 아픔을 다룬 곡이지만, 대충 소개하고 넘어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곡을 들었을 때,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을 뿐더러, 실제 자신의 이야기로 만든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상실을 겪은 이들이 늘어난 상황을 보며 쓰게 된 곡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음악으로 사회적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좋았지만, 내 마음이 동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지.



다음으로는 Wiz Khalifa의 “See you again”

워낙 유명한 곡이라 다들 알고 있었겠지만, 이 곡은 폴 워커의 추모곡이다.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주연으로 늘 팬들과 함께했던 배우 폴 워커가 2013년 말에 세상을 떠났고, 이를 기리기 위해 최고의 아티스트인 위즈 칼리파와 찰리 푸스가 함께 작업한 곡이다.

이는 2015년 개봉한 다음 시리즈인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OST로 발매되었고, 폴 워커를 애도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가사와 곡 자체의 중독성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마지막, Maroon 5의 “Memories”

심장마비로 40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자신들의 매니저 Jordan Feldstein을 추모하는 곡이다.

캐논 변주곡을 샘플링한 곡으로 유명하고, 듣기도 좋은 곡이지만 쓰여진 배경을 알고 나면 꽤 슬픈 곡이다.




오늘의 이야기와 곡 추천은 여기까지.

음… 매번 추천글의 길이와 깊이는 아주 달라지겠지만 익숙해지길.

몇 시간 동안 꽤 열심히 적어봤는데

이야기가 좋았다면 이 매거진이나 ‘요즘작가’를 구독해주시오..

다음에도 좋은 곡들을 가지고 돌아올테니까.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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