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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즘작가 Apr 22. 2024

춘곤 春困

회색의 종말


봄. 봄과 가을은 참 애매하다.

아주 덥지도, 춥지도 않은(물론 요즘은 더움에 가까워졌다만) 시기.

우리는 이런 날씨를 사랑한다.

가장 다양한 옷을 입을 수 있기도 하고, 에어컨도 히터도 필요 없이 자연적인 날씨를 만끽할 수 있으니.

꽃이 피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볼거리를 제공한다.

곳곳에 위치한 나무들이 삭발했던 머리를 다시 기르기 시작하고, 가끔 그 다채로운 색감에 신의 존재를 되새기기도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며 이제는 점점 여름과 겨울만 남겨지는 듯하다.

극단적인 두 축 사이에 남겨진 계절들은 줄타기 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수명을 연장해가고 있을 뿐,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자연의 변화에는 속수무책일테니.

그래서일까?

요즘에는 사람들 역시 이런 거대한 흐름에 편입되는 듯하다.


요즘에 사람들을 보면 말이지.

자신들이 꼭 뜨겁거나 차가워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

뜨거워야 할 때는 뜨겁고 차가워야 할 때는 차가워야 하는 게 당연한데, 자신의 온도를 정해두고 스스로를 한 방향으로 가두어 두는 것만 같다.

“나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사람이야” 보다는 “나는 항상 불타는 사람이야”가 대세인 시대랄까.

대부분의 시대 흐름에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런 기조는 분명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뽑을 때에도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공약은 어떤 지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자신이 지지해오던 당인지 아닌지에 따라 표를 던지는 모습은 너무 익숙해서 하품조차 나오지 않는다.

아무런 피해를 겪지 않았음에도 대를 이어 지역 감정을 물려받는 것 역시도.

2024년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다름과 옳지 않음을 분별하지 못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매 순간 고민 끝에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이전에 내렸던 한 번의 선택에 평생을 끌려다니는 역행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세상이 피곤하다.

각자의 개성과 신념 위에 누군가 끓는 물을 끊임 없이 붓고 있는 것처럼 많은 이들이 녹아 똑같은 하나의 요리가 되어간다.

얼마나 더 긴 여름이 지나야 생각도 가치도 모두 녹아버린 세상이 다시 단단하게 얼어붙을 수 있는 계절이 올까.

음.. 그 안에 서 있는 나 역시 녹아버렸는지도.




내 겨울 돌려줘


조금 가벼운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사실, 난 어려서부터 겨울을 좋아했다.

시원한 공기는 내 모든 정신을 날카롭게 다듬었고, 눈이 내리는 풍경은 넋을 잃게 하기에 충분한 장관이었으니까.

숨 쉴 때마다 몸 안을 순회하고 다시 떠나는 찬 공기는 신선하다 못해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매 순간 인식하게 한다.

해는 더 빨리 지고, 고요한 밤은 더 길어진다.

난 그런 조용한 혼자만의 시간이 좋다.

아무런 방해도, 소음도 없이 마치 공간이 분리된 듯 나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이런 꿀 같은 겨울은 아쉽게도 느껴보지 못한 채, 바쁨 속에서 봄이 찾아와 버렸다.

날씨는 더 없이 따뜻해지고, 기온은 28도에 다가섰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른 채 바쁨에 허우적대며 두꺼운 옷을 입고 출근한다.


갑자기 닥쳐온 이 더위에 몸이 나른해진다.

다시 내게 활력을 불어넣을 서늘한 바람의 대타가 절실한 시점이다.

나 역시 누군가의 응원과 지지를 통해 더욱 단단해지고, 때로는 녹아있는 부분을 보게 된다.

길어진 일조량에도, 녹지 않는 빙하가 되어 가까스로 나를 붙잡고 있는 펭귄들에게 쉴 곳이 되겠다.


끝으로, 바쁨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기다림에 대한 보답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모습에 용서를 구한다.

한번씩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당장에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바쁜 삶에 조금은 지쳤었나보다.

특정한 주기를 약속할 수는 없겠지만 소재가 떠오를 때마다 끄적거린 것들을 하나씩 풀어내겠다.


글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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