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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즘작가 Jan 21. 2024

단편선 01 [누군가의 아침]

80억 중 하나. 나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된다.

매일 아침, 6시 알람에 눈을 뜬다.

알람을 끄고 정신이 온전히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누운 채로 생각에 잠긴다.

오늘은 무슨 일을 겪게 될까?

어제 어떻게 잠들었었지?

아침을 먹을까 말까.

오늘은 비가 오려나?

날씨는 몇 도까지 올라가지?

그러면 뭘 입을까.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들로 채우고 나면 눈에 초점이 선명해진다.


이 시간에 책이 읽고 싶으면 책을 꺼내고 가끔 성경이 읽고 싶으면 어플을 켠다.

가장 조용하고 집중이 잘 되는 시간.

좋아하는 과학이나 시사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 혹시 다시 잠들까 대비해둔 두 번째 알람이 울리면 빠른 속도로 끄고 몸을 일으킨다. 

‘음.. 춥네.’

씻으러 가기 전, 미리 갈아입을 옷들과 양말, 면도기와 로션, 들고 나갈 짐들을 모두 한 곳에 꺼내둔다.

오늘 특별히 챙겨가야 할 것들이 있다면 그것들도 함께.

그리고는 날씨 어플을 확인한다.

나는 강수 확률이 40%만 돼도 우산을 챙긴다.

이 과정들이 하나의 루틴이다.


씻는 것도 나만의 순서가 있다.

그리고 씻을 때는 어김없이 음악을 틀거나 부른다.

내게 샤워는 즐거운 시간이다.

나른하고, 편안하고, 음악을 듣는 데 집중할 수 있으니까.

흥얼거리다 보면 문득 글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가사를 곱씹다가 갑자기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내게 이 시간은 아주 중요해서 그 날의 기분에 맞지 않는 노래가 나오면 손에 묻은 거품을 헹구고는 곧장 다른 곡으로 바꿔버린다.


맞다. 나는 스스로의 육감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날 느껴지는 기분이나 느낌에 따라 무언가를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닐지 빠르게 인식할 수 있다.

시도해보기 전에 미리 그 날 글이 잘 써질 지, 아닐지도 느낄 수 있다.

확실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키보드 앞에 앉지도 않는다.

음.. 그냥 별 것 아닌 비밀을 말해보고 싶었다.ㅎㅎ


씻고 나갈 준비를 마치면 버스의 도착 시간을 확인한다.

대충 7시 50분쯤에는 집을 나선다.

끽 해야 5분 안팎의 오차.

302번 버스에 몸을 싣고 잠시 창문에 머리를 기대어 졸다 보면 목적지 부근에 도착하곤 한다.


사실은 말이지. 버스 한 두 대 정도는 놓쳐도 괜찮다.

단지 내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기 위해 일찍 나오는 것 뿐이니까.

혹시라도 늦을까 걱정하며 급히 달리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지각이 걱정되는 때가 아니면 눈 앞의 초록불이 깜빡여도 달리지 않고 다음 신호를 여유롭게 기다리는 나니까.


나는 한 책을 읽으며 김유진 작가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동을 하는 시간에는 늘 책을 읽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시간을 아끼는 모습이 내가 닿고 싶던 어떠한 경지에 도달한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내 현실은 어림도 없지.

나는 이동할 때면 웹툰을 보거나 음악을 듣게 된다.

든든한 밥은 아니지만 과자를 대신 먹는 느낌이랄까.

물을 마셔야 건강에 좋은 것을 알지만 굳이 음료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버스에서 내리면 곧장 목적지 대신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30분 남짓한 시간이 남고, 모닝 커피는 중요하니까.

가끔 친구들이 묻는다. 모닝커피는 왜 루틴에 넣는 것인지.

감성? 카페인 중독? 그게 뭐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늘 똑같은 일상 속에 반복되는 하나의 약속된 기쁨 같은 것.

그 정도로 일축하고 싶다.


짧은 오르막길을 올라 코너를 돌면 매일 방문하는 단골 카페가 보인다.

카페에 도착해 사장님과 인사를 주고받고는 매크로처럼 같은 주문을 한다.

“토피넛 라떼 아이스 한 잔 주세요. 테이크 아웃으로 부탁드려요.”

웃음.

여기까지.

내 아침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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