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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Dec 03. 2023

모순을 인정하는 일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다녀온 5성급 호텔의 한 뷔페를 먹으며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와 같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 나는 마침 양갈비를 손에 잡고 우걱우걱 뜯고 있었는데, 그 고기를 뜯으며 별안간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식으니까 질기네.'

'양갈비는 아리아가 더 맛있는 거 같아.'

'이 부분은 도저히 못 먹겠다. 남겨야지.'

그렇게 남겨진 양갈비의 부분을 보며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양을 남기는 게 과연 옳은 걸까. 내 욕심 때문에 지금껏 얼마나 많은 음식이 버려진 걸까. 양갈비 말고도, 평소 자주 먹는 음식조차 제대로 접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존재하는데, 이렇게 남겨서 될 일인가.'

하는 생각은 입 밖으로까지 튀어나왔고, 나의 그런 말을 듣던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옷이나 그만 사.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 계절마다 옷사고, 뭐 사고. 지구 건너편에 있는 소들이 옷이 풀인 줄 착각하고 뜯는 영상 보고서도 너는 옷을 사냐? 으이구."

그렇다. 나는 모순 그 자체인 인간인 것이다. 우적우적 뜯던 양갈비를 내려놓으며 다른 고기를 향한 칼질을 놓지 않는 나는 과연 모순 말고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오빠도 친구들한테 옷 사달라 했잖아. 이번 생일 선물로."

"맞아." 그러면서 괜히 멋쩍은 지 쿡쿡거리며 웃는 신랑의 모습을 보며 나도 같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참 모순적이다. 아예 모순적이지 않은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모순적인 인간이기에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만 존재하게 되는 걸지도. 그러나 아예 자신의 모순적인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부류들도 더러 있다. 나는 그런 부류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의 모순을 아예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모순을 인정하기는커녕, 만들어 낸 모습을 자기의 '진짜' 모습이라 착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나는 '어른'이 다 되었다고, 이미 성숙한 사람이라 자부하며 살아간다. 그런 이들과는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20대 때에 비하면 나의 모순성은 아주 살짝 더 옅어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여전히 내 안에 실재한다. 이것을 완전히 없애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순간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성찰해 나간다면 언젠가 내 안의 모순성이 자취를 감추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끊임없이 나를 관찰하고, 내 안의 모순성을 인정하며 받아들일 것. 부끄럽고 회피하고 싶은 나의 면면을 받아들이는 것만큼 용기를 요하는 일은 없다.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숨고 회피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살면서 분명 내 안의 별로인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일은 수없이 잦다. 그런 모습들을 하나하나 직면하는 일이야 말로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보물 같은 부분들을 발굴해 내는 데 일조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계속해서 쌓아두고, 덮어둔다면 그 모습들은 거대한 더미가 되어 보석 같은 부분까지도 완전히 덮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나는 끊임없이 나의 모순을 인정하려 한다. 아무리 마주하고 싶지 않은 면면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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