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계

인간은 살아가면서 자기의 세계관을 만들어나간다. 그 세계관은 어떻게 보면 어릴 때 더 화려하고,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에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들만 가까이하게 되면 세계관은 다채로움을 잃는다. 말랑하던 것들이 점점 굳어져간다.

세계관이 굳어진다는 건 편협해진 다는 것과 같다. 인간은 계속 성장해야만 하는 존재이지만(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불행에 가까워 지므로)

대부분의 인간은 그러기를 거부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자신의 세계관이 굳어질수록 자신만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불행하게 만든다. 오로지 자신의 생각만을 옳다고 주장하며 남의 생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가 변하지 않는데 어떻게 주변이 변하겠는가. 누군가가 변하고, 나의 생각을 온전히 믿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욕심이다. 내가 변화하고 나서 바라도 늦지 않다. 나는 이번 일들을 겪음으로써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지는 인간은 정말 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로 현명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은 찾기조차 어렵다. 특히나 요즘 세상에서는. 그래서 결국 우리도 그들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이게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균형을 잡는 일이다. 너무 상대방의 입장에 치우치지도, 너무 나의 감정에 취하지도 말아야한다. 감정에 휘둘리는 순간에서 빠져나오는 것만큼 지혜로운 건 없다. 감정은 '나'가 아님을 인식하고, 그 순간에서 깨어나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세 번째로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 상대방의 행동과 말이 정말로 상황에 타당한지? 모두를 위한 일인지, 아니면 자신만을 위한 말인지 말이다. 사건이 일어난 그 순간에는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는 게 좋다. 처음에는 그 사람의 감정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그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났을 때 정확히 알게 된다. 오로지 자신을 위한 일이었음을. 나에게 강함을 요구한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약하다는 걸 증명하는 거라 생각한다.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남에게 투사하는 것. 대부분의 인간은 그렇지 않을까? 나는 그들을 좀 더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무작정 미워하기에는 그들 또한 연약한 인간이니까.

그런데 언제까지고 이해할 수는 없는 법. 나는 아직 그 중간점을 찾지 못했다. 이것 또한 잘 풀어낼 수 있으리라. 나는 언제나 잘 해왔으니까. 실수도 하고 넘어지면서 배우는 게 인생이니까. 늘 웃기만 하는 건 진짜 인생이 아니다. 그것은 가짜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슬픔과 분노, 격정 끝에 오는 웃음이 더 내게는 더 의미 있는 웃음이니까. 나는 어쩌면 가장 축복받은 삶을 사는지도 모르겠다. 늘 편안하기만 한 인생은 금방 무기력을 불러온다. 그런데 나는 정말 그와 반대로 살아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픔에 쉽게 공감해 줄 수 있고, 위로도 해 줄 수 있다. 이런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진실로 귀 기울여줄 줄 알며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삶이 내게 준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는 실로 커다란 행운을 누리며 사는 자가 아닌가. 그러나 이를 축복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들도 많다. 그리고 무기력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자들도 많다. 내게 주어진 축복을 깨달은 것만으로 나는 충분하다. 나는 또 한 번 글을 쓰며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복이 많은 자인가를. 이래서 글을 써야 한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은 그저 괴롭지만, 생각을 글로 정리하다 보면 언제나 나는 감사한 생을 살다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로 나는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 상황과 문제들에게, 나의 가족과 친구들,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지구에게,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