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명지 Oct 21. 2023

구일의 도시



분홍색 여행 가방에 들어 있는 구일의 도시 

겨드랑이에 바람이 많아 수신 란이 비어있는,

바람의 배후에는 

오래 짓무른 엽서가 어느 도시의 빨간 우체통이 그리워 웅크리고 앉아있지  


어둠을 덮지 못한 하얀 밤을 백야라 우기는  

여행자의 입들 유쾌하게 소란스럽고 


서로의 부재는 빠르게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고 

돌아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거리마다 근육을 잃어버린 자작나무들 가득하다

옛 동화 속에서 울고 웃던 새들이 구구구 우는 광장

안데르센의 손만 반짝인다


도시는 사소하게 다정했다가 바삐 남겨지고

한 무리 철새마냥 기우뚱거리던 구일의 도시를 묶어

여행 가방으로 밀어 넣는다


양손 가득 백야를 들고 잠속을 산책하는 동안

낮밤의 경계가 모호한 눈 푸른 새벽이 선명하다






작가의 이전글 죽은 사람에게 사과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