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선 사진작가>
살아있는 사람의 입으로
죽은 말을 읇조린다.
말끝마다 대답을 지운다.
생전의 그늘에서 키운 말, 찡그린 얼굴에서 자란 말, 살아있는 빗장을
뚫고 죽은 말을 날려 보낸다.
글썽이는 말투로 가시가 박힌 화법으로 사과를 하고 싶다.
어디에도 없는 귀를 찾는 말로 죽은 사람들의 무안無顔을 찾아
사람으로 한 행동을 죽은 사람의 관용으로 용서 빌고 싶다.
거울은 매번 안개처럼 축축하고 다만, 거울을 보듯 사과의 표정을
연습하고 흥건하게 거울에 눈물 고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죽은 사람을 위해
귀 하나를 열어놓고 용서를 기다린다.